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강경 우파 성향의 야당 자유당 소속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45·상원의원)가 ‘깜짝 1위’를 차지했다. 투표 직전 주요 여론 조사에서 4선을 노리는 진보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소폭 우세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5일 CNN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후보는 47.03%를 득표해 룰라 대통령(45.16%)에게 근소하게 앞섰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두 후보는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가장 넓은 국토(약 850만 km²)와 많은 인구(약 2억1400만 명)를 보유한 국가라 상징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중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천명하며 중남미 주요국 선거에서 우파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특히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풍부한 광물 자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를 바란다는 뜻도 계속 드러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하면 중남미 우파 정권의 연쇄 집권을 뜻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진단했다. 브라질에서도 우파가 집권할 경우 중남미 주요국 중 사실상 멕시코만 좌파가 집권한 나라로 남게 된다.
● 고물가 등으로 정권 심판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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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71·2019년 1월∼2023년 1월 집권)의 5남 중 장남이며, 정치적 후계자다. 부친의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닮은 외모로도 유명하다. 주 의원, 연방 상원의원 등을 거쳐 대선에 도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후보는 1위 확정 후 취재진에게 “브라질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해 기쁘다”라며 룰라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집권하면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한 뒤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가택 연금 중인 부친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강력범죄 척결, 정부 기능 축소,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착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고물가와 정부 재정 악화 등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의 세 번째 집권이 시작된 2023년부터 현재까지 연간 소비자물가는 모두 5%에 육박해 중앙은행 목표치 3%를 웃돌았다. 총 공공 부채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81.9%에 달하며 룰라 대통령의 세 번째 집권 뒤 약 10%포인트 늘었다.
4선을 노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은 같은 날 상파울루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1위가 예상됐지만 그가 경제난 여파 등으로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근소하게 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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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25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상파울루=AP 뉴시스
다만 룰라 대통령도 농촌 지역과 노조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1차 대선 투표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해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나는 녹아웃(KO) 무대에서 강하다”며 결선 투표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 트럼프, 결선투표에 개입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결선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5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무죄 및 석방을 요구하는 글도 수차례 게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온두라스,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에서 치러진 7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각국의 우파 후보를 지지하며 이들의 승리에 기여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자유당은 대선 1차 투표와 같은 날 치러졌으며 상·하원 의원와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총선에서도 약진했다. 임기 8년의 상원의원 선거는 전체 81석 중 3분의 2인 54석을 새로 선출했다. 자유당은 상원에서만 새로 19석을 확보했다. 기존 의석(9석)과 합해 총 28석을 차지하며 1당에 올라섰다. 집권 노동자당은 상원에서 기존과 같이 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자유당이 공화당 등 우파 계열의 정당과 연합 시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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