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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양경수(왼쪽부터),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안에 65세 법정 정년 입법을 완성해 달라고 촉구하는 모습. 고영권 기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치권을 향해 '65세 정년 연장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데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지지부진해 보이자 노동계에서 불을 지피고자 나선 것이다. 다만 최대 쟁점인 정년 연장 방식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정치권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정년 연장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 정년연장 없이는 노년층 빈곤 문제, 소득공백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며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65세 정년 연장안의 구체적 방향도 제시했다.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소득보장을 위한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법정 정년 자체를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 직장에서 받던 임금과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임금 삭감 없는 고용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안에 난색을 표했다. 노년 노동자가 같은 급여 등을 받으며 일률적으로 더 일하면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계속 고용)'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되, 퇴직 노동자가 희망하면 65세까지 추가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단 임금과 복지체계는 퇴직 이전보다 낮게 책정하고 신분도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도입되면 더 일하고 싶은 노동자만 선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와 기업 인건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 용 제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대노총은 "사용자가 주장하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사업주 재량으로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라며 "단기 계약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추고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실패한 전례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계에 따르면 일본은 2013년부터 개별 기업이 정년 폐지, 법적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3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75% 기업이 계속 고용을 선택했는데 노동자 임금은 평균 30~40% 삭감됐다.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은 "일본은 결과적으로 무경력 청년들이 경력직 저임금 고령자들과 취업 경쟁과 임금 경쟁을 하고 있다"며 "실패한 일본의 제도를 따라 하자는 건 기업들의 지나친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노사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결국 정치권이 키를 쥐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정년 연장 관련 법안(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등)은 총 8건이다. 이용우 의원 법안은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2033년 법정 정년을 65세로 설정하는 안이다. 박정 의원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정년 연장 법안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시작했다. 당내에서는 65세까지 정년을 늘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방식과 시점에 대해선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년 65세 연장에 동의하면서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방안 중 어떤 안을 지지할지 당론으로 정하지 못했다. 다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원외 인사들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단순 정년연장은)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직급, 직무를 빼앗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