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럭셔리 호텔 시장은 역대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 사무직 일자리 축소 등 겹악재에도 부유층 여행객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주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 앞에 관광객들이 서있는 모습.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미국 고급 숙박시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객실료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코스타에 따르 면 올해 미국 럭셔리 호텔의 평균 일일 객실료는 394달러(약 58만원)로, 바로 아래 등급 호텔 대비 168달러 더 비싼 수준이다.
올해 1~9월 해변가 리조트, 도심 특급 호텔 등 고급 숙소의 예약률은 기준 전년 대비 2.5% 높아진 반면, 중저가 호텔의 수요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격 인상 폭은 ‘초 호화(ultra luxury)급’ 호텔에서 더욱 가파른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타에 따르면 프랑스 내 럭셔리 호텔의 평균 숙박료는 1박 1000달러 수준이나, 초호화 호텔은 숙박료가 2600달러를 상회한다. 뉴욕 또한 일반 럭셔리 호텔이 472달러, 초호화 호텔은 평균 156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유층 소비 자들이 고급차와 시계 등 물질적 소비를 넘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서비스 기업 인터노바의 알버트 에레라 부사장은 “이들은 침실 두 개짜리 스위트룸을 넘어 별장급 빌라와 요트를 원한다”며 “초호화 시설이 업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증하는 수요에 고급 호텔 체인들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 고급 호텔·리조트 운영사 몽타주 인터내셔널은 현재 호텔 15곳을 운영 중이며, 향후 3~5년 내 두 배 규모로 지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앨런 퓨어스트먼 몽타주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투숙객은 미국인이 될 것”이라며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2026년 단체 예약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 불확실성, 물가 상승으로 일부 체인은 수익성 둔화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이들은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
예컨대 12개 호텔을 소유한 코린시아 그룹은 지난해 뉴욕 맨해튼에 서리 호텔을 재개장, 오는 12월 주말 기준 1박에 최소 2000달러에 달하는 객실료를 받고 있다. 전 객실에 전담 집사 서비스를 제공,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멤버십 전용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원들은 ▲차량 도착 직후 15초 내에 차 문을 열고 ▲전화벨이 세 번 이상 울리기 전 응답해야 하며 ▲투숙객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교육받는다.
코린시아의 사이먼 캐슨 CEO는 “고객의 필요를 예측해 움직이는 서비스가 결국 높은 객실료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미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3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미국 미시간대는 미국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11월 50.3을 기록, 전월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6월(50.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조안 슈 지수 집계 디렉터는 “이달 심리 하락은 연령, 소득,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지)이 한 달 넘게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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