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4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25 중국 의료 장비 전시회’에 수술 로봇이 등장해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


주요국 대비 로봇 도입 속도가 가팔랐던 우리나라에서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이 전반적으로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늘리는 효과가 더 컸으며, 일자리 질도 개선시켰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런 긍정 효과는 노동자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컸다. 기술 혁신이 일자리는 늘리지만 고용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일 발간한 ‘노동리뷰 10월호’를 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2005년 이후 로봇 도입은 ‘대체 효과’보다 ‘생산성 효과’가 더 크게 관찰됐다. 이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나타났지만 제조업에서 긍정 효과가 좀더 뚜렷했다. 대체효과는 로봇 도입에 따라 사람이 하던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뜻하며, 생산성 효과는 로봇 도입으로 높아진 생산성 덕택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 관련 일자리가 더 늘어 나는 걸 의미한다. 보고서는 고용률 변화를 긍정·부정 효과의 잣대로 삼았다.
특히 이런 생산성 효과는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직에서 더 뚜렷했다. 상용직 일자리가 더 늘어났으며 동시에 임금도 상승했다는 뜻이다. 로봇 도입이 일자리의 양 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다만 세대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45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45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는 하락세가 관찰된 것이다. 새로 도입된 로봇에 중장년층의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걸 의미한다.
구자현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로봇 도입은 다양한 계층에서 고용 및 소득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로봇 도입에 상대적으로 낮은 적응도를 보이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과 기술 숙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로봇 도입의 긍정적 효과가 사회 전반에 장기적으로 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