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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폭탄 세일' 중입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7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1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PBR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 불확실성에 낮은 주주환원 수준 문제"
지난해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들과 비교해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23.3%와 2 생활자금 8.6%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닛케이225지수·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12.7%, 19.2%, 28.5% 뛰었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9.6%와 21.7% 하락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최고의 불확실성은 탄핵 이슈로, 탄핵 결정보다 이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탄핵 결정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편에서 수긍하고 올크레딧 3등급 넘어가지 않을 경우 정치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기조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섰지만?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정 본부장은 진단했다. 주주환원 규모가 지금보다 확대되지 않으면 주가 상승 여력도 제한적일?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착한대학생대출 정 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많이 올랐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라며 "블룸버그 기준으로 예상하는 지난해 배당성향은 유럽의 경우 60%대에 달했고, 우리나라는 30% 수준에 불과해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청약 1순위 다만 그는 "오는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참여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또 자본시장법이나 상법이 개정되면 어떤 식으로든 상장사에 더 많은 의무가?주어지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관심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커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자기자본 원금균등분활상환 이익률(ROE)이 20%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 PBR이 3~4배로 형성된 반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은 한국보다 경쟁력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PBR은 1배 초반으로 훨씬 높다"며 "밸류에이션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 증시가) 역대급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웨이브 열풍 주목…원전·방산 경쟁력 높아"
지난해 열린 ‘케이콘 LA 2024’ 풍경. 4만여 명의 관객들이 미국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가득 메웠다. 사진=CJ ENM 제공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반등 모멘텀(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 속 K팝·드라마 등 'K웨이브' 열풍이 지속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정 본부장은 조언했다.
그는 "K팝을 비롯해 한류 열풍이 과거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며 "향후 정치 불안이 해소된 후 정부가 관광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면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식음료, 헬스케어, 화장품 등 우리나라의 5대 소비재 수출 품목들은 10년 전보다 수출 비중(6%대)이 두 배 정도 확대됐다"며 "반도체와 자동차의 합산 비중이 30% 중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나라 방산·원전·전력기기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정 본부장은 짚었다. 그는 "국내 원전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특허권을 두고 다투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만큼 원천기술을 비롯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춘 국가도 없다"며 "방산도 초기엔 록히드마틴 등과 비교되며 고급 무기를 파는 게 아니라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재래식 무기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美, AI 투자 지속…반도체 사이클 이어질 것"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특히 정 본부장은 반도체 업종의 상승 사이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2차전지 등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업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에 고전하는 상황 속 반도체가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 본부장은 "반도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로부터 독립할 것"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최소한 트럼프의 말 때문에 망가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어 인공지능(AI) 서버에 대한 설비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AI 서버를 중심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존 레거시(범용) D램 라인 일부를 HBM으로 전용하고 있어, 메모리 공급 요인도 제약적"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로 이 공식이 깨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온디바이스(내장형) AI가 나오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온디바이스 AI가 어느 정도의 메모리를?필요로?할지 추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도 많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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