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자가 쿠팡 탈퇴를 하면서 찍은 영상. 멤버십 해지를 하려고 하자 쿠팡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여럿 띄웠다./영상=홈페이지 캡처.


쿠팡 회원 탈퇴를 위해 개인정보 확인 및 수정이 가능한 페이지에 들어가자 '회원탈퇴' 버튼은 오른쪽 하단에 위치했다. 회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적혔다. 해당 페이지에서 유일한 흰색 글씨다.
10일 기자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쿠팡 탈퇴 절차를 직접 해봤다. 회원탈퇴 버튼을 클릭하면 회원 전용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는 공지와 함께 보안을 위해 한 번 더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골드몽사이트 로그인부터 벌써 3번째 비밀번호 입력이다.
다음 창에서는 쿠팡이용내역과 소멸예정 금액에 관한 고지를 받았다. 유료 멤버십을 사용하고 있어 멤버십 해지부터 해야 했다. 멤버십 해지 버튼 역시 홈페이지 가장 아래에 작게 적혔다. 해지를 누르면 멤버십으로 받을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보여준 뒤 '혜택 유지' '결제일 전 알림 받기' '혜택 포기 황금성슬롯 ' 선택지가 명시됐다.



쿠팡 홈페이지 회원 탈퇴 버튼.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멤버십을 해지한 뒤 처음부터 탈퇴 과정을 시작해야 했다. '회원 탈퇴가 완료됐다'는 안내 문구를 보기까지 족히 10분은 걸렸다. 단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2분 만에 끝났던 가입 절차와는 대비됐다.
쉽지 않았던 탈팡(쿠팡 탈퇴) 경험은 기자뿐만 아니었다. 이모씨(54)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알고 탈퇴를 곧바로 하려고 했지만 단계가 7단계나 있어 당황했다"며 "당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단계마다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실패하고 지금까지 미뤄놓았다"고 했다.
20대 최 모바일릴게임 모씨는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탈퇴해야 하나 싶었다. 절차를 들여다봤는데 제법 번거로웠고 일부러 깊숙한 곳에 숨겨둔 느낌이었다"며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고 판단했고 해외 축구도 챙겨보고 있어 해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퇴하게 됐다는 이모씨(20대)도 "과정이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탈퇴 카카오야마토 기능을 홈페이지에서 찾느라 시간이 걸렸고, 탈퇴를 Q&A 목록을 읽어보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유선 전화를 통한 탈퇴는 비교적 간단했다. 고객센터 대표번호로 전화한 뒤 상담사에게 탈퇴를 요청했다. 상담사는 멤버십을 해지한 후 탈퇴 처리를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 종료에 관한 간단한 안내를 듣고 구두로 동의하자 월회비 환불금이 계좌로 입금됐다. 인증번호 확인 절차를 거치고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가 끝났다. 전화를 걸고 탈퇴 접수가 되기까지 약 5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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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다크패턴 소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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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2차 압수수색을 벌인 1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는 쿠팡 탈퇴 과정이 다크패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멤버십 해지 시 반복적으로 해지 의사를 묻거나 탈퇴 버튼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한 경우가 그렇다.

익명을 요청한 소비자법 전문가 A 교수는 "탈퇴 단계를 여러 번 거치게 하거나 소비자들이 특정 항목만 클릭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도 다크패턴에 해당한다"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크패턴을 활용하는 비율은 인식개선 등으로 점차 줄고 있지만 일부 앱에서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크패턴에 해당하면 그 수준에 따라 규제받는다. 다크패턴 관련 의무를 위반하면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만 해도 영업정지 3개월 및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다크패턴인지 여부를 가리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어떤 사람은 탈퇴가 어렵다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금방 할 수도 있듯이 객관적인 제3자 기준에서 보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탈팡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날 송파구 쿠팡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쿠팡 탈퇴 절차를 거론한 지 하루 만이다.
쿠팡도 정부 관심에 탈퇴 절차 간소화에 나섰다. 일반 회원 절차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고 PC 버전에만 있던 탈퇴 기능을 모바일 앱에서도 가능해지도록 만들었다. 유료 회원 탈퇴 절차 역시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이정우 기자 vanilla@mt.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