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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러닝 맨'에서 빈곤한 가장 벤 리처즈(글렌 파월)는 가족을 위해 거액의 상금을 받기 위해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해 고군분투한다.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TV에서 방영되는 서바이벌 게임이 앞으로 계속 진화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갈까. 방송국은 도파민 자극의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거액의 상금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건 게임도 불사하지 않을까. 영화 '더 러닝 맨(The Running Man)' (10일 개봉)은 바로 이런 미래에 대한 어두운 상상력에서 출발한 디스토피 오리지널골드몽 아 액션 스릴러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이 지배하는 영화의 배경은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가까운 미래다.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는 벤 리처즈(글렌 파월)는 실직한 가장이다. 어린 딸이 중병에 걸렸지만 의사 한 번 제대로 만나기 어려운 그는 자신의 삶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느낀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출연자를 모집하는 바다이야기프로그램 글로벌 인기 서바이벌 TV프로그램 '더 러닝 맨'의 광고. 방송은 잔인한 추격자들로부터 살아남으면 거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시청자를 유혹한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30일 간 살아 남으면 된다. 잘 도망치거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고 버티면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쉽지 않다. 방송국에서 고용한 전문 암살자 '헌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터(사냥꾼)' 그룹이 집요하게 러너를 추격한다. 전국 곳곳의 시청자(러너를 보고 신고하면 상금을 받는다)들도 감시한다. 러너의 은신처가 알려지면 순식간에 공중을 날아다니는 로보캠(원격 조종 카메라)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헌터들의 무자비한 '사냥' 현장을 생중계한다. 놀라운 것은 이게 컴퓨터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상 게임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점이다.
게임몰릴게임 가족을 위해 위험한 게임을 선택한 리처즈는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검투사 같은 신세다. 다른 게 있다면 경기장이 전국구이고, 관중은 이를 구경만 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의 편이 되거나 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미리 알지 못했다. 자신을 '캐스팅'한 독점 기업 '네트워크'가 첨단 디지털 기술로 이 신천지릴게임 게임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1982년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87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폴 마이클 글레이저 감독)로 만들어졌고, 이번에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그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감각적인 연출로 인정받았다. 라이트 감독은 2017년 SNS에서 한 팬으로부터 고전 영화를 리부트할 의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 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더 러닝맨'이라고 답한 바 있다.
감독은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이미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소설 내용을 시각화했다"며 "나중에 나온 영화를 보고 원작과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각색을 하되 원작에 더 충실하고 싶었다. 내가 가장 바란 것은 원작자 스티븐 킹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원작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영화 '더 러닝 맨'의 한 장면. '불맛' 나는 추격신이 휘몰아치듯이 이어진다. [사진 휘유니버설픽쳐스]


'추격'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중간에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폭발과 자동차 추격신으로 이어지며 질주한다.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행맨 역을 맡았던 글렌 파월은 이 영화로 톰 크루즈를 잇는 할리우드 액션 스타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파월은 영화 '히트맨(Hit Man)'(2023)의 각본과 제작, 연기에도 참여한 인물로 앞으로 영화계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더 러닝 맨'은 전설적인 서바이벌 데스 게임 영화 '배틀 로얄'을 비롯해 '헝거 게임' '오징어 게임' 등을 연상시킨다. 다른 점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속도다. 40여 년 전에 쓰인 원작임에도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미디어의 폐해를 예리하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빠진 시청자들이 넋 놓고 폭력과 자극을 소비하는 모습도 마치 미래를 예언한 듯하다. 이 영화의 촬영은 2013년 '스토커'를 찍으며 할리우드로 진출한 정정훈 촬영 감독이 맡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서사는 흥미롭고 액션은 강력하지만, 감정적 몰입이 다소 약하다. 음울한 디스토피아의 시각적 구현도 임팩트가 충분하지 않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만큼 캐릭터의 감정선을 탄탄하게 살리는 일도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