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생한 화재로 8개 동 중 7개 동이 불타버린 홍콩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 앞 도로에 소방차들이 서 있다. 홍콩=허유정 기자


최소 146명이 사망한 홍콩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 화재 참사로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홍콩 역사상 77년 만의 최악의 참사를 두고 시민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며 "부패한 정부와 기업의 유착이 불러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홍콩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단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지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43시간 동안 이어지며 대형 참사로 번졌다. 이날 기준 홍콩 당국이 밝힌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최소 146명, 부상자는 79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약 40명으로,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과 언론은 아파트 개보수 공사 과정에서 불에 쉽게 타 온라인골드몽 는 자재가 사용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창문을 막고 있던 스티로폼 단열재와 대나무 비계에 설치된 초록색 안전그물이 불길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와 만난 홍콩 시민들은 습기에 강해 현지에서 흔히 쓰이는 대나무 비계보다는 단열재와 안전그물이 더 의심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바비 후이(22)는 "이런 자재가 어떻게 쓰일 수 릴게임종류 있었는지 규제 당국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뢰도가 낮은 업체에 개보수 공사를 맡겼다는 비판도 컸다. SCMP는 전날 웡 푹 코트 공사를 맡았던 프레스티지 건설이 지난 2년간 두 차례 안전 위반이 적발됐는데도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위니 펑(70)은 "홍콩인들은 (프레스티지가) 문제 오션파라다이스예시 가 많은 회사라고 다들 알고 있었다"며 "홍콩은 노후 건물이 많아 개보수 시장이 큰돈이 되는 구조인데, 정부가 일부 기업과 유착해 공사를 맡기고 값싼 자재 사용을 눈감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 8개 동 중 7개 골드몽게임 동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홍콩 소방 관계자가 유일하게 불길을 피한 건물에 29일 접근하고 있다. 해당 건물 역시 스티로폼 단열재와 대나무 비계, 초록색 안전그물로 둘러싸여 있다. 홍콩=허유정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편의를 위해 단지 전체 공사를 허용한 것이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조한 대기에 강풍주의보가 겹친 화재 당일, 하필 8개 동 전체가 불에 잘 타는 자재로 둘러싸여 있어 불덩어리가 7개 동으로 순식간에 번졌다는 것이다. 매거진 목(20)은 "단지 전체 동을 동시에 공사하는 건 홍콩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웡 푹 코트 주민들은 동별 순차 공사를 원했지만 한 구의원이 동시다발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홍콩 당국은 피해자 지원과 진상 조사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우선 이번 참사로 피해를 입은 가구에 1만 홍콩달러(약 188만 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3억 홍콩달러(약 567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족에게는 20만 홍콩달러(약 3,800만 원)의 위로금과 피해 가정에 생계 지원금 5만 홍콩달러(약 945만 원)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또 참사 현장 수사에 착수한 홍콩 경찰은 건설회사 관계자와 감리, 비계 하청업체 관계자 등 1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합동조사팀은 화재 당시 8개 동 모두에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2019년 시위 재연 불안... "반중 행위 강력 경고"
그러나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참사가)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며 "중국의 통치력이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시민은 본보에 "중국 정부의 입김이 커진 뒤 나라가 이상해지고 있다"며 "이번 화재도 중국 공사 기준 등을 따른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인근 조문소에 놓인 한 쪽지에는 "홍콩과 대만은 하나의 심장과 하나의 뿌리로 함께 뭉칠 때"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2019년 시위 재연을 우려하는 중국 측은 '반중국 행위'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전날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반중 세력이 참사를 빌미로 "민의를 거스르고 이재민들의 비통함을 이용해 사회 분열과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다"며 "도덕적 질책과 법적 처벌을 엄하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