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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종이 빨대가 '그린워싱'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그린워싱은 친환경이 아니면서 그런 척하는 행위를 말한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종이 빨대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시중 종이 빨대에 유해 물질은 없는지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재도입될지가 전세보증금담보 갈릴 전망이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 탄소 배출량 파악
환경부는 국내 생산 종이 빨대 전(全) 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한국전과정평가학회에 맡겨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 주기 평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채취하는 때부터 제품을 사용한 뒤 폐기물을 처리하기 코픽스금리 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다.
종이 빨대 안전성 조사는 한국소비자원이 5월 시작했다.
주요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제품과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수거해 유해 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량 원천 감량에 초점을 맞춘 탈 개인 프리워크아웃 추진 시 유의하항 (脫) 플라스틱 로드맵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이 로드맵에 종이 빨대 조사 결과가 일부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환경부 복안이다.
전 주기 평가에는 통상 1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일회용품 상징 '플라스틱 빨대'…종이빨대 '대체품' 부각
발급기관명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 [유튜브 Sea Turtle Biologist 채널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어떤 빨대를 쓸 것이냐'는 사소한 문제 같지만 빨대, 특히 '플라스틱 빨대'가 일회용품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퇴직연금 지난 2015년 미국 텍사스주 A&M대 해양생물연구팀 소속의 한 대학원생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12㎝ 길이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나아가 플라스틱 일회용품 퇴출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으로 부각된 것이 종이 빨대다.
문제는 아직 종이 빨대의 사용성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전 주기 평가를 하면 종이 빨대 온실가스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많고, 종이 빨대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친환경'…연구 잇따라
지난 6월 26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도입한 플라스틱 빨대. 스타벅스코리아는 병원이나 주거상권 200여 개 매장을 중심으로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식물 유래 소재 플라스틱 빨대를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예 근거가 없는 지적은 아니었다.
작년 환경부 '1회용품 저감 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 인용된 2022년 미국 연구를 보면 똑같이 5억개를 사용하고 사용 후 폐기물은 소각한다고 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종이 빨대가 270만㎏(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원유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만든 폴리프로필렌(PP) 빨대(139만㎏)보다 많았다.
다만 이 분석은 빨대 원료와 완제품이 각각 500㎞씩 총 1천㎞를 경유 트럭으로 운반된다는 가정하에 이뤄지는 등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았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니 전 주기 평가 결과도 달리 나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2020년 발표된 브라질을 대상으로 한 빨대 전 주기 평가 논문은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11개 항목 중 10개 항목에서 환경적으로 더 낫고 심지어 다회용 빨대보다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올해 그리스에서 실시된 빨대 전 주기 평가 결과를 담은 논문에는 종이 빨대나 바이오플라스틱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최고 2.5배 컸다는 분석이 담겼다.
반면 202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준으로 빨대 전 주기 평가를 실시한 논문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결론 내리면서 남아공에선 플라스틱 빨대의 원료를 미국이나 유럽처럼 원유나 천연가스에서 뽑는 것이 아닌 석탄에서 추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이 빨대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해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다.
2023년 벨기에 앤트워프대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벨기에서 판매 중인 39개 브랜드의 빨대를 조사한 결과 스테인리스 빨대를 제외한 27개 브랜드 빨대에서 PFAS가 검출됐으며 특히 종이 빨대와 대나무 빨대에 PFAS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생산 종이 빨대에는 PFAS가 쓰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18년 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종이 빨대를 조사한 결과 납·비소·폼알데하이드·형광증백제·벤조페논 등 유해 물질이 불검출됐다.
'플라스틱 빨대' 귀환…종이빨대 시장 위축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2023년 11월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판지 맛이 난다'라는 사용성 불만에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라는 과학적 평가가 더해지면서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먼저 시장에서 퇴출당할 처지다.
국내에선 2023년 11월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조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 사실상 시행을 미루면서 종이 빨대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종이 빨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점도 시장 위축에 일조하고 있다.
작년 10월 농심이 음료 '카프리썬'에 제공되는 빨대를 종이 빨대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린 일과 올해 6월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 대신 식물 유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기로 한 일은 종이 빨대가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을 보여준 일로 꼽힌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종이 빨대 퇴출 국가 전략'까지 세우고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이 빨대는 환경에 해롭고, 비위생적이며 비싸고 위험한 화학물질을 함유했으며 물에 녹아 전혀 쓸모가 없다"면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려는 행위가 '재앙적인 녹색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카프리썬. [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플라스틱 감축은 '상식'…플라스틱 빨대 사용량 연 20억∼24억개
플라스틱은 99%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물질로 제작되기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면 플라스틱 생산·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전 과정 평가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나오는 것은 쓰고 난 빨대를 소각이나 매립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으로 '생태계에 유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환경피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유의할만하다.
이에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고 종이 빨대 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을 재도입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꼭 쓰지 않아도 되는 플라스틱은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면서 안 써도 되는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꼽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용품산업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일회용 빨대 생산량은 4천666t, 수입량은 4천474t이다.
정부는 2019년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간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20억∼24억개로 추산한 바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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