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은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가장 길다. 남강이 낙동강에 보태는 수량도 낙동강 수량의 25% 정도나 된다. 남강은 의령군 남쪽에서 의령과 함안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 기강 나루에서 밀양과 창녕을 거쳐 온 낙동강과 만난다. 기강나루는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의 승전지이다. 의령군 북쪽을 흐르는 유곡천과 신반천은 의령 낙서면에서 낙동강으로 바로 합류한다. 낙동강으로 직접 유입하는 하천을 하천법상 1차 지류라 부르는데 유곡천과 신반천도 1차 지류이다. 덩치는 엄청난 차이지만, 남강의 형제 하천인 셈이다.
유곡천은 의령 궁류면 벽계리에서 발원한 26km 길이의 하천이다.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순경 우범곤은 동거녀와 싸우고 술김에 총기를 난사해 마을 주민 66명을 사살한다. 당시 신한카드 통신비 대통령이던 전두환은 민심 수습을 위해 내무부 장관을 노태우로 교체한다. 이를 계기로 노태우는 전국의 행정 조직을 일정 정도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후계자의 길로 성큼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죽은 이들을 위한 의령군의 위령제는 42년만인 2024년에야 처음 열렸다. 그 사이 절반 이상의 주민은 마을을 떠났다. 그 예금이자 비교 결과 궁류면은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67.7세로 지난해 1월 기준 전국 3895 읍면동 가운데 가장 고령 마을이 되었다.?




궁류시장 옆을 흐르는 유곡천. /김석환


궁류면을 떠난 유곡천은 1시 방향 주택담보대출 대환 으로 내쳐 달려 부림면 설뫼마을 앞을 지난다.
?백범(白凡) 김구, 백야(白冶) 김좌진과 더불어 독립운동사에서 '3백(三白)'으로 불리는 백산(白山) 안희제(1885~1943)의 고향이다. 출생연도는 백범이 1876년, 백산이 1885년, 백야의 1889년 순이다. 1885년은 김옥균·홍영식 등의 개화파가 일으켰다 실패한, 갑신정변 바로 한국장학재단 전환대출 다음 해이다. 1885년은 청나라는 위안스카이(袁世凱)를 파견해 조선의 내정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시베리아를 차지한 러시아의 남하 노력을 막기 위해 거문도를 무단 점령한 해였다.?
외세의 침략과 조선의 식민지 시기를 온몸으로 헤쳐갔던 백산은 다른 독립운동가에 비해 아주 특이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문인 퍼스트가계적금 이자 사회운동가, 언론인, 자본가, 기업인, 종교 지도자, 첩보공작원이었다. 그는 고향에서 한학을 배운 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상경했다. 백산은 1906년 보성전문학교(현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양정의숙으로 전학해 1910년 졸업한다. '경제학(economics)'이라는 일본식 번역어는 "학문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유학의 '경세치용(經世致用)'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백산이 신학문을 배우던 무렵 '경제학'은 '만국공법(국제법)'과 더불어 부국강병을 위한 학문이었다.?
외세의 침략 속에서 조선 지식인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이었다. 약한 동물이 강한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처럼, 생존경쟁을 거쳐 살아남는 인간이 더 우월한 인간이고 이 과정을 통해 사회가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국주의의 논리이기도 했다. '진보' 혹은 '진화'는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사고체계이다. 조선의 선비들이 금과옥조로 떠받들었던 성리학에는 '진화'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른바 '실학의 완성자'라고 지칭되는 정약용의 이상적 모델도 3천 년 전 중국의 주나라 '정전제(井田制)'였다. ? ?'실학'의 개혁은 '옛날의 좋았던 시절', 요임금과 순임금의 요순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다. '옛날'이 실제 좋았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유학 서적에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쟁에서 낙오한 것은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사회진화론'은 더욱 충격이었다.?
'사회진화론'이라는 이념적 태풍에 직면한 구한말 조선 지식인들의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는 '사회진화론'을 자연의 명백한 이치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길이었다. 애국가의 작사자로 알려진 윤치호는 1899년 독립신문에 이렇게 기고했다. 그는 19세기 후반 중국, 일본, 미국에서 유학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독립협회와 대한자강회의 의장을 거친 개화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다.?
"자연과학은 약자와 우둔한 자는 항상 강자와 지적인 자의 노예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법칙에서 기인하는 결과를 변경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진화론'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순간, 윤치호가 친일파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우월한 개체가 살아남고 승리한다는 '사회진화론'은 지금도 '능력주의'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2015년 이화여자대학교에 부정 입학한 정유라의 말은 뼈아프지만 진실이다.




백산 안희제 생가. /김석환


두 번째 부류는 서양 학문을 외면하며 전통적 성리학의 중흥만이 국권 회복의 길이라 여겼던 이들이다.?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을 계승하는 기호학파로 조선 최후의 거유(巨儒)로 불렸던 간재(艮齋) 전우(田愚)(1841~1922)가 대표적이다. 그는 1912년 전북 부안 계화도(界火島)로 들어가 섬 이름조차 계화도(繼華島: 중화를 잇는다는 뜻)라 부르면서 저술과 제자 양성에 힘썼다. 그는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한 유림 주도의 독립청원서에도 이름 올리기를 거부했다.?
세 번째 부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힘을 기르고(自强), 스스로 도와야만(自助) 나라를 보존하고 독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진화론'의 조선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독립운동가가 이에 속한다. 그들은 학교를 만들고 신교육을 주창하고 '민족의식'을 일깨웠다. 한편으로는 조선이 결코 '열등한 나라'가 아님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김치, 온돌, 거북선 등이 조선의 자랑으로 1920년대 이후 발행된 잡지에서 소개되었다. '근대사상의 맹아(萌芽)로서의 실학'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정인보, 안재홍 등에 의해 '발견'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전통 성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학풍으로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긴 했지만 '실학'과 '실학파'가 현실적으로 존재했느냐, 그들이 학파로서 공감대를 느끼고 있었느냐는 논란이 꽤 있다. 강명관은 논문 '경화세족과 실학'에서 '실학'이 권력의 핵심에서 비켜난 지식인들의 양심적 개혁론이라는 통념을 부정하면서 과대포장을 지적했다. 도올 김용옥도 <독기학설(讀氣學說)>에서 "(실학은)1930년대 일제 치하에서 서구문물에 노출되고 민족주의를 자각한 소수 엘리트의 몽상적 논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렇게 '발견'된 '실학'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학문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기내 집무실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비치해 기사화되도록 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라고 할 정도였다. 민족적 자긍심이 벅차오르는 발언이지만 호찌민은 <목민심서>을 읽은 적도, 읽을 기회도 없었다. ? ??
?백산은 실학 논쟁 대신 실학적 실천을, 혼자가 아니라 널리 협력을 이끌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던 1906년에 부산 구포 사립 구명학교(현 구포초등학교) 2대 교장을 맡았다. 21살의 대학 1학년생이 초등학교 교장이 된 것이다. 구명학교는 낙동강 하류 물류 중심지인 구포(옛 이름은 감동포) 객주 장우석과 지역 지주 윤상은 등이 설립한 학교였다. 구포에는 내륙 수운과 해양 수운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조선 시대에는 세곡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개항 이후에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일본의 공산품이나 수산물이 구포에 집적되었다가 낙동강 수계를 통해 내륙으로 보내졌고. 내륙의 농산물은 구포를 거쳐 부산항으로 갔다. 구포는 경북 상주의 낙동 나루, 경남 합천의 율지 밤마리 나루와 더불어 낙동강 수계의 3대 나루였다. 물건과 상인이 구포에 모이면서 중간 상인인 객주도 생겼다. 백산이 구포 객주 자본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나중에 백산상회의 주요 주주들이 되기도 한다. 현재 남아 있는 구명학교 설립 취지서는 그 당시 지역인들의 국권 회복을 위한 민족교육의 의지를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8만 4천 방리(方里)의 강토와 2천만 민족으로 왜적의 능멸 모욕을 받고 굴레를 써서 스스로 떨쳐 일어나지 못하고 오늘의 비참한 지경에 이른 것은 어찌하여 그러한가? 어찌하여 백성들의 지혜가 깨이지 못하고 기풍이 닫혀서 막히고 있는 것인가? 이는 옛날의 교육이 시든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아, 슬프다! 현재 세계에 열강(列强)들이 웅비(雄飛)하는 우주에 공예 학술이 날마다 새롭고 달마다 번성함은 모두 교육의 발전에 기인(起因)함이니 이런 경쟁의 풍조가 극렬한 시대에 아직 완고하게 옛날을 지켜 시대의 흐름에 새롭게 변천할 줄 모르고 어리석은 폐습으로 함께 나아가 고집한다면 강한 자가 이기고 약한 자는 경쟁에서 지니, 어찌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멸망하지 않겠는가!




감동창이 있었던 구포 부근 낙동강. /김석환



백산은 이듬해에는 고향인 의령에 의신학교와 창남학교를 설립하고 1919년에는 백산상회 주주와 영남의 자산가들과 함께 장학재단인 '기미육영회'를 설립,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보낸다. 대한민국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 안호상, 초대 사회부 장관 전진한, 2대 국방부 장관 신성모, 한글 운동가 이극로 등이 그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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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박사·지식 큐레이터


☞ 필자는 KNN 사장, 한국인터넷진흥원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고인돌과 인공지능'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언론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콘텐츠와 한국 언론기업의 문제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헤게모니를 둘러싼 세계와 한국의 근현대사,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