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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인상을 억제해 온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의 부작용이 심화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 시기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은 여파가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위기와 전력시장 위기를 키웠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전력거래소 통계를 보면, 전력 도매가격이 주택용·산업용 판매단가를 넘어선 건 2022년이었다. 그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코스닥지수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가격이 키로와트시(kWh)당 197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반면 주택·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각각 121원과 119원에 머물렀다. ‘두부(상품)보다 콩(재료)이 훨씬 비싼’ 역마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023년에도 한전은 167원에 전기를 구매해 가정과 기업에 각시황투자클럽
각 150원, 154원에 팔아야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2022년 4월부터 ㎾h당 6.9원 인상)을 백지화하는 등 요금 인상을 억눌러온 윤석열 정부도 결국 2022년 3~4분기 전기요금을 ㎾h당 12.4원 인상해야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기 생산 단가를 높인 결과”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요금 온라인황금성
인상에도 그해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64.2%에 그쳤다. 100원에 상품을 사와 64원에 판 것이다.
이후 윤 정권에선 2023년 1~2분기(㎾h당 21.1원 인상)와 같은 해 4분기(산업용만 ㎾h당 10.6원 인상) 추가로 요금을 인상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을 충분히 반영하진 못했다. 그 결과 한전 누적적자는 지난해 37조2천억저평가가치주
원까지 치솟았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역마진 구조로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며 정부에 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시기 재무위기로 한전의 전력망 투자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전력도매가격과 판매단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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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을 의식한 윤 정부가 가정용 요금을 동결하고 산업용 요금을 인상한 ‘꼼수’를 쓴 결과, 최근 대기업들의 ‘탈한전 러시’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심야나 비수기에 많은 전력을 쓰는 산업용 전력은 가정용보다 가격이 싸게 마련이다. 하지만 윤 정부에선 산업용 요금이 가정용을 추월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이 반발하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기와 한화솔루션, 케이씨씨(KCC)글라스, 에스케이(SK)인천석유화학 등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생산자(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기 직구’를 신청했다. 전력직접구매라 부르는 이 제도는 한 번에 감당 가능한 최대 전력 용량이 3만킬로볼트암페어(㎸A) 이상인 전기 사용자에 허용된 것으로, 기업의 전력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가 표를 의식해 산업용 요금만 기형적으로 인상한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가 이어진다면 전력 소비량 55%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 고객들이 대거 이탈해 한전의 수익 구조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전력 가격 안정화와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치화된’ 요금 결정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화석연료 사용은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보다 훨씬 많은 폭염·홍수 같은 재난 비용과 글로벌 탄소 규제 비용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송전설비 등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에너지 정책이 산업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선 에너지 부처를 산업부에서 떼어 낸 뒤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전력(전기)감독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력시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전기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초안을 만들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다. 전기요금이 물가 등 정권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도 “에너지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다행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에는 국민 다수의 공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공개한 전국 1만8000여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에너지 효율화와 전환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4.8%가 찬성했다. 다만 요금 인상 폭에 대해선 절반 이상(53.5%)이 “10% 수준이 적당하다”고 답했으며 “20% 이상 인상”에 동의한 응답자는 19.4%에 그쳤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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