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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사령탑에 오른 정청래 대표가 당선 직후 내놓은 메시지는 단호했다.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그는 협치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부엔 '원팀'을, 야당엔 '전쟁'을 선언했다. 전당대회 기간에 내세운 '야당 해산' 공약과 당선 직후의 "협치는 없다"는 발언은 그의 리더십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고된 강공 드라이브는 정 대표에게 당권을 준 강성 당심(黨心)에 응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관심은 그 속도계가 어디를 가리킬지다. 당대표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속도전 기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수는 대통령실 든든이체약정 등록 과 정부 입장은 당심에만 국한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협치를 기치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 입장에선 좀 더 폭넓은 민심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민심의 역풍도 고려해야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당정 역학이 국민의힘으로선 '위기이자 기회'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한 여당 대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표'라는 외적 위협은 당내 분열과 리더십 공백을 수습할 원심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선 정 대표의 돌격형 리더십이 대통령실과 충돌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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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없다"…강경 투쟁 명분 생긴 野
정 대표의 전투태세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간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며 다수 의석으로 국민의힘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온 그는 전대 기간에도 '당대포'를 자임하며 야당 해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의명분은 경쟁자 박찬대 의원과 같았지만 농협보험설계사 , 접근 방식은 한층 선명하고 강경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깊게 뿌리내린 '팬덤정치'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은 당원 의사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당원 주권주의' 시대를 걷고 있다. 당권을 쥐기 위해선 '내란 세력 척결'을 중심으로 한 선명한 노선과 전투적인 리더십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학생대출사이트 자리매김했다. 이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던 계기가 된 팬덤정치야말로 정 대표가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보한 기반인 것이다.
정 대표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챙긴 것도 당심이었다. 그는 8월4일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중심의 더 민주적인 정당을 건설하라' '내란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내란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강력한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당원의 명령이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그가 택한 전략은 '역할 분담'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는 메시지를 핵심으로 삼았다. 당심을 등에 업은 '정청래의 민주당'이 입법과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동안 정부는 통치와 국정 운영 등 큰 역할 수행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이 역할 분담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야당과는 협치보다 대치를 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지점에서 당정 간 엇박자 기미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야당과의 꾸준한 소통과 대화를 강조해 왔지만, 정 대표의 기조는 정반대다. 중도층 등 국민 여론 전반을 챙겨야 하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 여당의 강공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것을 반기긴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정 대표가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싣기 위해 투쟁의 강도를 높일수록 이 대통령은 당정 충돌과 민심 이반의 균형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정 대표가 당선 직후 보인 행보는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는 SNS에 '보좌관 갑질 의혹' 등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에서 현역 의원 최초로 낙마한 강선우 의원과 통화했다고 전하면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사실상 정리한 사안을 다시 들춰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7월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대신 방송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해 처리키로 한 것도 노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중보다 대표의 의지가 더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 대통령이 정 대표 당선 직후 내놓은 메시지의 의미도 미묘하게 해석되는 흐름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원팀 정신을 당부하며 국민께 효능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는 정 대표가 분업 전략보다는 당정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기조에 무게를 뒀으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투쟁의 명분을 좀 더 찾아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압도적인 여대야소 상황에 여당 대표가 지나친 투쟁형 노선과 태도를 보임으로써 실익이 얼마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 대표도 당정 원팀을 강조한 만큼 수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으로 정부와 여당을 향한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정 대표는 당내에 일제히 함구령을 내리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개 입장 표명이나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야당 해산' 정청래, 국민의힘의 각성 부르나
이번 당대표 임기가 1년에 불과한 만큼 정 대표의 정치 행로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당정 충돌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선거에서 친명계의 기반을 강화하고 외연 확장을 노리는 반면, 공천권을 가진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오히려 야당 재정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20%대를 횡보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민주당의 독주는 내부 결속과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대표가 무리한 드라이브를 이어간다면 제1야당으로서 대여 투쟁의 명분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정 대표의 존재 자체가 국민의힘 내부의 혁신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쇄신과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공격적 대야 투쟁은 국민의힘에도 변화 압박을 가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야당 해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강력한 여당 대표의 존재가 당내 기득권 세력엔 내려놓기를 재촉하고, 더 이상 '내부 총질'에 머무를 수 없다는 자성론을 고개 들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당정·여야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지층을 공략하는 정 대표의 강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정 원팀을 외친 만큼 엇박자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여야 관계 역시 상대를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하기 어렵다. '찬탄'과 '반탄'으로 나뉜 국민의힘의 다음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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