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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됐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반(反)인도주의 범죄 혐의 조사를 받게 된다. 한때 ‘동남아시아의 트럼프’ ‘아시아의 독불장군’으로 불렸지만, 실각 후 현직 대통령과 정면 대치한 탓에 ICC 체포 명단에 이름이 오르고도 구금을 피하는 ‘살아있는 권력’들과 달리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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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서 재판받는 최초 亞 국가원수
PNA통신 등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12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전날 밤 11시 네덜란드 헤이그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피 비린내 나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재판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자체교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홍콩에서 귀국한 직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재임기간(2016~2022년) ‘마약 무관용’ 원칙하에 마약 사범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한 혐의다. 국제 인권단체가 추산한 사망자 규모는 약 3만 명, 필리핀 정부 공식 집계는 약 7,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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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지지자들이 11일 마닐라 빌라모르 공군기지 밖에서 체포 반대, 석방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직후 필리핀 빌라모르 공군기지로 이송됐는데 체포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IC 신한카드 카드론 C 본부로 인도됐다. 앞으로 본부 구금 시설에 머물며 심문받게 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헤이그의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영국 BBC방송은 “ICC에서 재판받는 최초의 아시아 지역 국가 원수”라고 설명했다.
전날 ‘깜짝 체포’에 이은 예고 없는 ‘당일 압송’에 두테르테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의 딸 새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아버지가 강제 원리금균등상환 엑셀 로 헤이그에 끌려갔다”며 “국가에 의한 억압이자 박해”라고 비판했다.
ICC 체포 강제 수단 없어
이번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는 ICC의 신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CC가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 수사당국이 협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2002년 설치된 ICC는 반인도주의적 범죄, 대량 학살, 전쟁을 일으켰거나 침략을 행한 국제 범죄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현재 124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원칙적으로 회원국은 수배자가 자국을 방문하면 체포해 헤이그 재판소로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ICC가 강제할 수단이나 권한은 없다. 체포 대상자가 살아있는 권력일수록, 강대국 출신일수록 실효성이 없다. 일각에서 ‘ICC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9월 몽골 울란바토르를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오흐나깅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울란바토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 반인도 범죄 및 전쟁 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수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지만 구금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9월 ICC 회원국 몽골을 국빈 방문했지만 체포는커녕 오히려 현지 정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경우 실권을 잃어 체포가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반 ICC 조사를 거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친미(마르코스)와 친중(두테르테) 등 외교 노선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두테르테 부통령이 “내가 피살될 경우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까지 하며 양측의 정치적 동맹은 파국으로 끝났다.
이후 마르코스 정부는 ICC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경우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실제 본부 압송까지 이르게 됐다. 국내 정치 갈등이 ‘아시아의 독재자’를 국제 재판장에 세운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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