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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 임하는 수험생들
ⓒ RCF
2025년 신학기부터 서울의 IB(국제바칼로레아) 학교가 91개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는 IB 교육을 진행하는 초·중의 후보학교 9개교도 포함돼 있다. 올해 IB를 탐색하는 서울의 관심 학교에 고교 8개교가 들어 지분쪼개기 있어 눈길을 끈다. IB는 논·서술형 절대 평가여서 객관식 상대평가인 수능을 준비하는 고교에서는 웬만한 용기 없이는 도입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다. 만약 서울에서 IB로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 한국 교육은 변화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IB 탐색은 경쟁교육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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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학교를 신청한 8개 고교에는 서울의 3대 사교육 중심지인 중계동의 대진여고도 들어있어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IB 연구자들은 IB가 사교육과 '역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올해 신청한 8개 고교는 IB 고교 과정인 DP 운영보다는 각 학교만 캐피탈고금리 의 융합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교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교육청 검토는 빨랐지만, 도입은 늦어
서울의 IB 도입은 타 시도에 비하면 늦어 아쉬움을 준다. 서울시교육청은 IB 도입을 위한 검토를 2017년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제일 먼저 했지만, 대구와 제주에서 IB의 성과가 입증되고 난 뒤에 중국항공사 도 2023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IB를 도입했다. 교육의 '과잉 경쟁' 해소가 소신인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은 2017년 단행본 <대한민국의 시험>이 경쟁 교육의 대안으로 한국어 IB를 주장하자 저자를 불러 IB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했다.
조 전 교육감이 IB를 도입하려고 했던 건 K-에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기예금 이자 교육의 '과잉 경쟁' 해소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IB는 친구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경쟁하기에 줄 세우기 교육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으며 교권이 저절로 강화되는 등 장점이 많은 교육과정이다. 조 교육감의 '야심찬' 시도가 통했다면 한국 교육의 대표 격인 서울 교육이 한국 교육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지만, 검토에 그친 사이 제주와 대구가 치고 나갔다.
전교조 출신 이석문, 교육으로 진영의 벽을 허물다
국내에 IB 공교육 도입을 최초로 공개 선언한 이는 전교조 제주지부장 출신인 이석문 전 제주교육감이다(관련기사: 2017.12.3. 오마이 뉴스 제주도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IB) 논술형 교육과정 국내 첫 공교육 도입 https://omn.kr/or3s). 이 전 교육감은 대정에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개발 정책인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설립을 막았던 '골수 진보'였다. 이석문은 고교 과정에 비용이 수천만 원이나 되는 국제학교는 부의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현장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전교조에서 외세 교육이라고 규정한 IB를 도입했던 건 2년간의 연구 끝에 "서울대를 들어갔어도 더 좋은 학과를 들어간 학생을 부러워하는 교육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교육의 본령은 자신의 성장에 있지 타인과의 비교에 있지 않다는 소신도 바탕이 됐다.
이석문은 "IB 교육을 통한 학습자의 내적 성장이 경쟁의 폐해를 줄여 한국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이런 배경과 함께 학령인구 감소로 표선중과 표선고를 합쳐야 할 상황은 IB 도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표선 주민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성산 주민들은 반대했다. 이 과정을 거쳐 수능 응시율 평균 3.7명에 불과했던 표선고가 2020년 한국 고교로는 처음으로 IB 관심학교가 됐고 2022년 IB 월드 스쿨이 됐다.
대구에서는 IB의 대입 연계가 확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희망자들에게만 실시됐지만 표선은 전교생에게 운영하는 파격이었다. 이 전 교육감은 표선에 IB를 도입하기 전 강은희 대구 교육감과 함께 IB 한국어 협약 과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IB 프로그램은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만이 공식 언어였다. 하지만 이 전 교육감은 IBO(IB 사무국)에 "분단국가인 한국의 미래 세대에게 세계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IB 과정이 꼭 한국어로 진행돼야 한다"는 논리를 설명했고 IBO는 동의했다. IB 한국어 과정 도입은 IB가 외세 교육이라는 시각을 허무는 데 크게 이바지했을 뿐만아니라 '교육으로 진영을 초월'한 예가 됐다.
표선, 교육 주도 성장의 성지가 되다
2020년부터 IB 과정을 초·중·고에서 본격적으로 운영한 제주 오지인 표선초, 표선중, 표선고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렸다. 지역 소멸을 걱정하던 표선은 옛말이 됐다. 년세(제주도의 년단위 임대료)가 두 배로 뛰고 인구 유입에 대응한 건물 신축이 줄을 이었다. 인구 유입의 대다수는 유아,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인 3040이었다. 표선면 인구는 2019년 말 1만 2,284명에서 IB가 교육의 대세가 된 2022년 말 1만 2,526명으로 242명이 늘었다. 세대수는 228가구가 증가했다.
강연호 제주특별자치도 의원(국민의힘·서귀포시 표선면)은 "유입 인구의 80%는 육지에서 왔고, 20%는 도내 이동"이라고 했다. 표선초 재학생은 2023년 현재 2017년 대비 285명 증가했고 표선중은 같은 기간 169명 늘었다(제주연구원).
육지에서의 인구 유입과 도내에서 인구 이동으로 인해 표선은 교육 주도 성장의 본보기가 됐다. 표선의 인구 유입 가성비는 1인당 1400만 원으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의 1억 7200만 원 대비 1/10도 안 된다. 1400만 원은 2020년 기준 제주도 교육청이 제주 12개 IB 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 34억 원을 표선 인구 유입 숫자로 나눈 것이다. 이 비용은 12개 학교가 IB 사무국에 내는 분담금, 교사 지침 번역비, 교사 연수비, 교육 환경 시설 투자비, 교사 숙소 임차비, 산학 겸임 강사비, 홍보비 등 IB 프로그램을 위한 모든 비용이 들어 있기에 실제 1인당 인구 유입 비용은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려드는 학령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표선초의 운동장은 모듈 교실로 가득찼다. 여기에 표선고 IB 1기 학생들이 제주도 수학 경시대회에서 연거푸 1등을 하자 제주도에서 표선고를 보는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2023년 표선 초·중·고 학부모들과 실시한 집단 인터뷰에서 한 학부모는 "아이가 표선고에 들어갔다고 하자 시어머니가 '어떻게 키웠길래 표선고에 들어갔냐'라고 실망해 놀랐다"고 했다. 이 학생은 표선중에서 MYP(IB 중학교 과정)를 경험하며 IB의 장점을 알고 진학한 경우였다.
표선고, 제주대 입시를 바꾸다
표선고의 변화는 제주대의 입시 변화까지 이끌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보직교수들과 표선고를 여러 번 방문한 끝에 "눈빛이 살아있는 아이를 만드는 IB 교육"을 신뢰했다. 김 총장은 나아가 제주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는 판단하에 수능 최저 없는 입시 전형을 의대, 약대, 수의대, 사범대에 신설하고 매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탁월한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참고됐다.
IB는 학부모의 지지도 받고 있다. 표선고 IB 1기생으로 성균관대 사회계열에 입학한 박가영 양의 어머니 장민주 씨는 2년 전 필자에게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 것 같다"라고 했다. IB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자녀의 내적 성장에 만족해 대다수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IB는 진학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 2024년 표선고 IB 1기생 105명은 2024학년도 수시에서 중복 합격 포함 202개 대학에 합격했다. 표선고는 2024년 개교 이래 최초로 서울대에 입학한 걸 비롯해 국내외 명문 대학에 다수 진학한 성과를 냈다. 2기생 역시 한국 IB 고교 졸업생 처음으로 인하대 의대에 진학하는 등 1기생 못지 않은 성과를 냈다. 대구의 IB 1~2기 학생들도 지역 언론이 조명할 만큼 뛰어난 진학 성적을 냈지만, "IB를 진학으로 평가하는 시선"을 우려한 교육청은 진학 성적 홍보에 극히 보수적이다.
IB, 경쟁교육 대안의 하나가 돼야
▲ ?IB 디플로마 프로그램 후보학교로 선정된 덕산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IB 프로그램 방식의 토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IB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57명 가운데 17명이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교육 행정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지금 IB를 어떤 형태로든 실시하는 시도교육청은 12개다.
필자는 IB가 세를 넓히는 이유가 '경쟁교육의 대안'의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교육은 겉으로의 공정만 중시해 경쟁교육의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게 프리미엄인 K를 붙이고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교육만은 예외다. 경쟁교육이 없어지지 않고는 영원히 K-에듀는 없을 수 있다. 서울에서도 시작한 IB가 확산해 한국만의 교육 시스템을 가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IB는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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