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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일은 세계 청각의 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난청(청력 장애) 예방과 청각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했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20%에 달하는 15억 명 정도가 난청을 가지고 있고, 2050년이 되면 약 2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Freepik
한국도 이러한 난청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공사장·자동차 등 소음 환경이 늘어나고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과도한 사용,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 증가, 인구 초고령화 등 도처에서 만65세 '빨간불'이 짙어지고 있다.
귀 질환 분야를 다루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인구 중 15~20%는 청력에 크고 작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신생아 1000명 중 2명 내외에서 선천적으로 난청이 생긴다. 나이 들어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4명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전문대학 순위 통계를 보면, 연간 난청 진료환자는 2018년 58만7637명에서 2019년 65만646명으로 60만 명대에 들어섰고, 2023년 80만368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특히 20대 난청 환자 비율은 2019년 6.3%에서 2023년 7.1%로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간선급행버스체계서재현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의 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안경 쓰듯 보청기 착용에 거부감 없애야
귀는 크게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로 구분된다. 외이와 중이는 귀로 들어온 소리를 증폭해 내이까지 전달하고, 내이는 전달받 재산세 계산기 은 소리를 감지·분석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난청이란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렵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가 귓바퀴에서 고막을 거쳐 달팽이관(소리 감각기관) 속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감각 원대출 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경우다. 서재현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음성 난청은 중이염이나 외상 등 원인에 대한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감각신경성 난청은 치료로 청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력 장애 정도는 △작은 소리(20~39데시벨)가 제대로 안 들리는 경도(10% 정도 청력 손실), △보통 소리(40~69데시벨)를 듣는 데 문제가 있는 중도(50% 정도 청력 손실), △큰 소리(70데시벨 이상)도 제대로 못 듣는 고도(70% 이상 청력 손실)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최근 소아·청소년 및 20대와 30대 젊은 층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소음성 난청은 무엇보다 소음 환경에 연속으로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이어폰이나 헤드셋 같은 개인용 음향기기를 사용할 때 주변 소음이 크면 무의식적으로 음량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난청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너무 높은 볼륨을 피하고, 장시간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귀를 충분히 쉬게 해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청력을 잃을 수 있는 돌발성 난청은 면역력 저하나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빨리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청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한쪽 귀에서 갑자기 난청이 발생하거나, 귀에서 '삐~' 하는 이명(귀울림)이 난청과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난청이 진행되면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말소리 구별 능력이 저하되어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주변과 의사소통이 안 되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대화가 끊기거나, 심지어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여서 일명 '사오정' 소리를 듣게 된다. 요즘 같은 극한의 불통 시대에 본의 아니게 불통의 장본인으로 눈총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선우웅상 가천대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가천대길병원
난청 방치하면 치매 위험 2배 증가
그래서 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지지만 보청기는 소아·청소년이나 젊은 층은 물론이려니와 노년층에서도 상당한 저항감을 갖는 게 현실이다. 보청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탓이다.
보청기는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착용해야 효과적이다. 난청이 너무 진행된 후에는 보청기를 사용하더라도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다.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난청과 이명이 있는 환자들이 단순히 보청기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치료 방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난청과 이명의 원인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보청기로도 말소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도 난청 환자는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직접 전기로 자극해서 소리를 듣게 하는 방법이다. 보청기를 껴도 대화가 어려운 경우에도 수술이 잘되면 상당한 청력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난청은 인지능력 저하, 더 나아가서는 치매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우웅상 가천대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주변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뇌 기능의 퇴화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난청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사회적인 고립이 유발돼 사회적 상호작용이 저하되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의학저널인 '랜싯'에 게재된 해외 연구 사례를 보면, 55세 이상에서 난청이 있으면 약 10년 후 치매 발생 위험성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6년간 난청과 인지능력을 검사한 결과, 정상 청력인 사람에 비해 난청인 사람의 인지능력 점수가 월등히 낮았다. 난청 자체뿐만 아니라 '고령사회의 대재앙'인 치매 예방과 관리 차원에서도 노인을 비롯해 전 국민의 난청 질환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난청을 예방하는 생활수칙 10계명
1. 시끄러운 곳에 가급적 가지 않는다
2. 과도한 소음에 오래 노출되지 않는다
3. 귀를 함부로 파지 않는다
4. 감기·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5. 중이염을 주의하고 잘 치료한다
6. 항생제 장기 투여에 유의한다
7. 이어폰 볼륨을 50% 이하로 한다
8. 이어폰을 달고 사는 습관을 버린다
9. 1년에 한 번은 청각 검사를 한다
10. 청각재활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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