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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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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시가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해제한 후, TBS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한 지 9개월째다. 400명에 육박했던 직원들은 180여 명으로 줄었고 이들마저도 정상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다. 월급을 못 받으면서도 여전히 TBS를 지키는 사람 중 김연수 TBS 기획조정팀장이 있다. 딸 셋을 키우는 워킹맘인 그는, 언제 사정이 나아질지 알 수 없는 전세자금대출이자 이곳을 왜 계속 지키고 있을까.
김연수 팀장은 지난 4월 TBS의 동료들과 함께 쓴 책 '퇴근 후 봄이 옵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김 팀장과 함께 일했던 남관우 전 TBS 라디오 PD, 박혜령 전 TBS 편성 PD와 함께 썼다. 현재 TBS에 남아 있는 사람은 김 팀장뿐이다. 이 책은 첫째 아이가 있는 동료가 체크카드 현금서비스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에 '아이가 셋이라니, 일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건가?'라고 생각한 김 팀장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본인도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 팀장의 육아휴직 중, TBS의 서울시 지원 폐지 조례안이 발의됐다. 당시 그는 '내가 돌아갈 때 쯤이면 다 해결되어있겠지'라고 안산개인돈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TBS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고, 그는 예정보다 두 달 앞당겨 복직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TBS를 살릴 궁리를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에서 김연수 팀장을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TBS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육아와 일 모두 힘든 상황에서 이를 솔직하게 드러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낸 책 '퇴근 후 봄이 옵니다'를 펴냈다. 출간 계기는.
“TBS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회사가 단단했을 때도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일까지 불확실해지고 크게 흔들렸다. 육아 자체도 매우 예측 불허의 일인데, 일까지 예측 불허가 됐을 때 나오는 이야기의 깊이가 굉장히 깊었다. 숙소 그래서 좋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동료들과 함께 기획했다.”
-함께 책을 쓴 동료들은 모두 TBS를 떠났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감정은 어떤가.
“규칙도, 제한 시간도 없는 무시무시한 게임을 동료도 없이 혼자 운동장에서 하고 있는 부담감이 있다. 월급이 끊긴 지는 9개월이지만, 서울시의 조례 폐지 얘기가 나온 것은 2022년으로, TBS가 흔들린 것을 체감한 지는 이미 3년이 되어 간다. 당시에는 희망이 많이 섞인 '비상 상황'이었는데 내부에서 생각한 '희망'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무너질 때마다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분명히 가지고 있는 신념은 'TBS라는 방송사를 이렇게 보내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저는 책임감을 전혀 안 느낄 수 없는 자리라 생각한다. 물론 저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던 분들도 있었고, 지금도 계시지만, 저도 TBS에서 일한 지 10년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TBS는 지난 9월 이후 체불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 15~40시간 내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꼭 해야되는 시간을 책정해 일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지난 5월 말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6~8월 무급휴업 승인 불가를 밝혀, 전원 복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제작비가 없는 상황에서 전원 복귀를 한다고 한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사측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TBS 사측은 7~8월 중 무급휴직 동의 여부를 노조와 협의하면서 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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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월급이 끊겼을 때 TBS에서 '아이들 학원부터 끊었다'는 말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김 팀장도 아이가 셋인 워킹맘이다. 여러 재정적 어려움이 있지 않나.
“맞다. 처음에는 남편도 회사가 없어질 확률이 로또 당첨 확률보다도 낮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점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아이가 있는 동료들 사이에서 '아이들 학원 끊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어떤 동료는 기저귀값, 분유값 걱정을 넘어 '아기 기저귀 값이 부담이 되다보니 아기가 응가를 할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까지 했다.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눈물이 터지더라. 게다가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는 터널인지를 모르겠으니 '함께 버티자'는 말도 무책임한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화 생활을 줄이고, 빠듯하게 살고 있다. 이제는 아이가 '엄마 누구는 어디어디 갔다 왔대요'라는 말에 가슴이 아픈 시기도 지난 것 같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아이가 3명이나 있는 엄마가, 10개월이나 월급이 나오지 않는 회사에 계속 다니는 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TBS를 다니면서 3번의 유산과 4번째 임신을 했다는 내용, 그 안에서 보여준 TBS 조직의 따뜻함에서 이해가 됐다. '아이 셋을 낳고 돌아온 동안 기다려준 회사에 대한 신의'라는 표현도 썼다.
“TBS는 회사로서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복지정책은 하나도 회피하지 않고 다 제공했다. 법 테두리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도 조직 구성원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포장하여 플러스 알파로 제공했다. 사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요즘, TBS는 꽤 괜찮은 일과 육아 양립이 가능한 조직 중 하나였다. 이렇게 말하면 '놀기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까 봐 염려되어 덧붙이자면 TBS는 법령에 명시된 모든 육아 정책에 충실했다. 이 경우 오히려 사측 입장에서도 근로자에게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로 할 것은 하자고 말할 수 있는 구조라는 말이다. 저출산 시대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는 회사가 사라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김 팀장은 책에 유산과 임신, 출산 시기 TBS 구성원들이 보여준 배려를 기록했다. 임신 9개월에 '숨 쉬지 않는 아이'를 낳은 김 팀장은 3개월의 사산 휴가 후 회사로 돌아갔다. 김 팀장이 사산 휴가로 자리를 비운 동안 한 상사는 회사 근처의 고양이를 입양, '내가 작은 생명을 구하면 우리 사무실 누군가에게도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겠지'라고 했다. 김 팀장은 이 말에 오열했다고 한다. 이후 쌍둥이를 출산했을 때에도 TBS의 많은 조직원들은 쌍둥이들의 건강을 궁금해하고 안심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책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음에도 사람들이, 시스템이 나를 제자리로 불러주었다”고 회고한다.
물론 감동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팀장이 복직한 후 TBS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육아기 단축 근무' 등은 중단하고 열이 40도를 육박해도, 구토를 하면서도 쉴 수 없었던 고단함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꼴을 보고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냐고, 이미 아이를 낳고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좀 트이게 해 줘야 그걸 보고 다음 세대도 아이를 낳지 않겠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셋째 임신 중 아이가 하나인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은 세련되고 나는 촌스러운 선택을 한 느낌'을 받았다는 문장을 책에 썼다.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역시 어쩌면 '촌스러운 선택'과 같았다는 후반부의 고백과 이어지는 대목인데 인상 깊었다.
“사실 내가 TBS 직원이 아니었으면 세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아이를 많이 낳는 선택과 공영방송에 입사한 선택, 모두 어쩌면 나의 촌스러운 성향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유튜브에서도, 조직 없이 혼자서도 기깔나는 콘텐츠를 뽑아내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그런데 남들이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콘텐츠를, 이 사회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낸답시고 머리를 맞대는 우리 조직의 모습이 나의 성향과 잘 맞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조직이었기 때문에 제가 유산, 자궁 외 임신, 막달 사산까지 겪었을 때도, 일적으로는 많이 혼났지만 동시에 '검진 빨리 다녀와'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가 아프다고 했을 때는 '이럴 때 쓰라고 연차가 있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그런 조직을 유지하는 몫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배려와 응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선배, 저도 아이 갖고 싶은데 지금은 회사가 힘들어서 안 되겠죠' 같은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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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 역시 흔들리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근하고, 월급이 없는데 일한다. 결국 그가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책임감을 넘어선 무언가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일과 육아가 양립 가능했던' 공영방송이라는 일터를 지키고 싶은 언론인으로서,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떠나지 않았던 엄마이기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 한다. 그는 책의 마지막 장에 이렇게 썼다.
“'넌 회사가 거기밖에 없니? 그 정도면 이직해야지!' 같은 이야기가 수시로 들렸다.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내 자리에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은 결론을 내는 것이다. (...) 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생각한 적 있다.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침몰하는 배에 남아있다가 최후에 꼬르륵 가라앉는 사람이 될지라도, 왜 여기에 남아 있고, 어떤 마음으로 일했으며,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그 이야기에 조금 과장을 보태서 '엄마가 말이야, 그 어려운 과정을 다 겪고 회사 살려낸 거잖아!'라는 민망한 자랑을 할 수 있게 되길.”
-TBS의 첫 정책연구원으로 입사하고 TBS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보고서도 많이 낸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TBS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가.
“사실 재단법인화 시기에 이렇게 빨리 출연기관 해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을 못해서 매우 난감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순진하게 접근한 것은 아닌지 매번 곱씹게 되는 이유다. 수많은 사람들이 검토하고 애써서 출범한 조직이었다. TBS가 다 잘했고, 문제 없었고, 그래서 무조건 억울하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잘못했으니까 사라져”라는 접근은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생각한다. 30년 운영의 노하우가 있고, 그 안에서 서울 및 수도권 시민들을 위해 공헌한 요소가 있다.
또 조직 특유의 DNA가 있다. 장마철이면 제작진들은 밤샘 업무 각오하며 일한다. 어떠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프로그램 사이로 특별 방송을 편성하는 일인 TBS만이 했던 일이다. 홍수, 싱크홀 등의 재난재해 상황, 그 외 '잼버리' 때처럼 교통 통제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TBS는 늘 묵묵히 그 의무를 다해왔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없애기 보다 고쳐쓰자고 말하고 싶다. 다시 동일한 기능을 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훨씬 크다. TBS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는 100이면 100, 다 다른 얘기들을 할 것이다. 다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 하지만 경영전략본부에서 기획조정팀을 맡고 있는 한 가장 현실적인 안부터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TBS가 생존함으로써 실현할 사회적 공익의 관점에서 지금의 비상경영과 비상방송을 타파하고 빠른 시간 내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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