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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갑 기자]
하늘이 보낸 위로와 축하의 선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편히 잤다. 비상계엄 이후, 자는 사이 혹시 다른 무슨 소식이 있을지 몰라 자다가 깨어 손전화를 한번 보고 다시 잤는데. 어제는 아무런 걱정 없이 푹 잤다.
자고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주위가 컴컴하지 않고 하얗다. 자세히 보니 간밤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여기는 눈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하늘이 보내준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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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아 그동안의 두려움과 불안 분노를 녹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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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갑
광장에 나가지 못했다. 광장으로 나가기 사흘 전 아침, 갑자기 광장으로 나갈 수 없는 일이 생겨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한 줄기의 빛이 어슴푸레 들어온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상계엄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기 어퍼스텝 시작했다.
사전 무력 준비, 정치인은 물론 심지어 판사까지 체포명단에 있었다 한다. 이런 폭력과 위헌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자,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몇몇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에서도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에 대해 점점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14일, 마침 탄핵소추안이 월세복비계산법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우울증은 응축된 분노라고 하였던가. 그동안의 우울증이 싹 가시었다. 아내도 몸을 일으켜 환하게 웃는다. 정말 다행이다. 무엇보다 다친 사람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로 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나무란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다고 한다. 예 이공계 대학원 장학금 의는 그 시대의 도덕이다. 이번 탄핵소추안을 가결로 이끈 것은 광장이다. 광장을 이끈 젊은이들이 정말 고맙고 고맙다. 이제 그들의 나라이다.
잘못해도 용서받을 기회는 있다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 때 김상욱 의원이 행동을 보고 화가 났다. 헐레벌떡 국회로 들어오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지만 곧이어 회견에서 당론에 따라 탄핵소추안에 반대하였다고 한다. 순간 뭐지? 배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배신은 하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나?
하지만 그다음 그가 보인 행동은 지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탄핵 찬성 시위에 나섰다. 그사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양심과 행동의 불일치 사이에서, 신념과 당론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먼저 옳고 그름이다. 옳고 그름이 잘 판단되지 않으면 약한 자 편에 서야 한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고도 잘못을 모르는 것이 잘못이라는 옛 성현의 말이 지금까지 유효하다. <논어>의 '위령공' 편에 나오는 말이다.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잘못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탄핵소추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의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만약 옳다면 그 신념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힘없는 국민의 편에 서지도 않았고, 권력의 편에 섰다. 기껏 말하는 논리가 정권을 다른 정당에 넘겨줄 수 없기에 반대한다고 한다. 과연 그들이 한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국회의원인가?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나라가 잘못되는 때는 없었다. 정권이 교체되면 지난 정권의 잘못이 드러나 이를 고치고 바로 잡을 수 있기에 나라가 부패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정권이 교체될 수 있기에 잘못을 함부로 범할 수 없다.
이런 역동성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K-문화를 만들어냈다. 아시아에서 세계 문화를 이끄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촌부는 그 이유를 이런 역동성에서 찾는다. 자칫 잘못하였으면 세계의 문화를 이끄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불안한 아시아의 한 국가로 전락할 뻔하였다.
잘못을 하면 그 잘못을 인정하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사람의 마음은 의외로 따뜻하다. 진정한 뉘우침은 가슴에 맺힌 한도 녹일 수 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지 않았나?
비상계엄 이후 나온 대통령의 담화는 자기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자신을 반대하는 야당과 국민이 문제라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담화는 더 가관이다. 자기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백번 양보하여 대통령 말이 맞다고 하면 야당 국회의원을 뽑은 사람들이 잘못이고, 광장에 나온 수많은 국민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 밑바탕에는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압승을 부정선거의 결과로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촌부인 나도 그것이 망상이라는 것을 안다. 2024 총선 출구조사에서도 모든 언론에서 야당의 압승을 예상하지 않았나? 출구조사보다 여당이 의석수가 오히려 더 많지 않았나? 이것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혹시 국회 탄핵소추안 투표도 부정투표로 여기고 있지는 않나?
이제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를 기다린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윗사람,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학교에 다니던 동안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을 나는 만나지 못했다. 나의 교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목표와 방향도 없이 나는 젊음을 흘려보냈다.
대학원에서 존경할 수 있는 두 분의 선생님을 만났다. 려증동, 김수업 두 분의 선생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 두 분이 교사의 삶을 이끌어 주었다. 그 두 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웠다. 교사로서 삶은 행복했다. 만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존경할 수 있는 윗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교무실은 싫었지만, 교실은 좋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국회의원, 국무위원 그리고 대통령 가운데 지금까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단 두 분뿐이다.
이제 촌부가 되어 산골에 묻혀 지내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를 지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약자의 편에 서는 윗사람을 먼발치에서나마 기다려본다. 그동안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분노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아 녹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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