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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키 1㎝당 100만엔을 주겠다.”
한 여성이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며 남자에게 성매매를 권유한다. 등뼈가 휘는 중증 근육질환을 가진 그의 소원은 비장애인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임신하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이를 낳는 건 못 하더라도 지우는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 속, 어떤 목소리는 과격하거나 자극적이어야 비로소 주목받는다.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내는 목소리가 대체로 그렇다. 장애인 여성의 내밀한 성적 욕망을 그린 일본 소설 <헌치백>은 그런 ibk기업은행스마트뱅킹 의미에서 처음부터 도발적으로 설계된 작품이다. 등이 굽은 척추 장애인, 비하적 표현으로 ‘꼽추’를 뜻하는 헌치백(hunchback)을 제목으로 앞세우고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여기는 시선에 정면으로 맞선다.
일본 소설 <헌치백>이 한국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6월 12일부터 1 전세자금대출 절차 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한다. 원작을 쓴 일본 작가 이치카와 사오는 작품 속 주인공 ‘샤카’처럼 희소 근육질환인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을 앓고 있다. 그는 2023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이번 연극을 맡은 연출 신유청(44)과 주인공 샤카 역의 배우 차윤슬(25)·황은후(42)에게도 작품은 각별하다. 주택저당 세 사람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신 연출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와 섬세한 무대 구성으로 ‘연극계의 봉준호’로 불린다. 지금까지 ‘햄릿’ ‘테베랜드’ ‘그을린 사랑’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다. 하지만 장애를 다룬 무장애 공연(자막, 수어 통역 등 접근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 그는 “어떤 작품은 ‘이건 부채상환비율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헌치백은 전혀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다”며 “이번엔 미지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윤슬에겐 이번이 첫 프로 연극 무대다. 저신장 장애가 있는 그는 “감사하게도 큰 기회가 찾아와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은후는 무장애 연극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비 부산후순위대출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샤카는 스스로 “헌치백 괴물”이라고 자조하는 인물이다. 등뼈가 S자로 휘어 전동휠체어와 인공호흡기 없인 일상생활이 어렵다. “다시 태어나면 고급 창녀가 되고 싶다”는 그는 키 155㎝의 남성 간병인 다나카에게 임신과 중절의 대가로 1억5500만엔(약 15억원)을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성인 소설을 집필해 얻은 수익 전액을 사회에 기부한다.
황은후는 “샤카는 삶에 전적으로 투신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100%를 넘어 120%로 생을 살아내고 싶어 한다”고 해석했다. 차윤슬은 “샤카는 사회와의 접촉이나 마찰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거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드글드글 끓는 욕망이 너무 많아 혼돈의 상태인 내면을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존 작가가 겪는 장애를 다루는 만큼 연기하는 데 조심스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하지만 자칫 누군가의 고통을 비하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차윤슬은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은 기본적으로 호흡조차 어려운 장애인데, 그 고통을 어떻게 자기화해 표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황은후는 “샤카가 자신의 몸을 묘사한 문장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계속해서 그를 이해해 보려는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치백은 우리 곁에 만연한 비장애인 중심적 사고를 고발한다. 가령 샤카는 종이책을 자유롭게 고르고 책장을 넘기는 행위조차 비장애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지적한다. 황은후는 이 대목을 언급하며 “나한테 숨 쉬듯이 내재된 비장애인 중심적 모습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다. 샤카는 남성의 성기를 보고 “직사각형 맛김 혹은 한국 김을 가위로 길게 잘라 척척 붙이고 싶어진다”고 말하거나, 비장애인의 반듯한 등을 보며 “고등어 등뼈를 젓가락으로 똑 분질러버렸다”고 도발한다.
연극이 끝난 뒤, 관객들의 마음엔 무엇이 남을까. 차윤슬은 이렇게 말했다. “샤카가 던지는 마찰을 관객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였으면 해요. 샤카의 발칙함이 마치 태풍처럼 극장을 휘젓고 지나가는 거죠. 태풍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깨끗하게 정화되기도 하니까요.”
신 연출은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입하기보다 공연이 끝난 뒤 자신도 모르게 ‘장애인도 그저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장애 여부를 떠나) 한 사람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감각이 남는다면 그게 가장 값진 일”이라고 했다.
연극계에서 장애를 다룬 작품은 여전히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차윤슬은 언젠가 작품을 통해 장애인의 ‘오줌권’을 공론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 중에는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어도 화장실 문제 때문에 외출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먹고, 자고, 싸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잖아요. 배설의 욕구가 당연하게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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