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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전통시장
“점심 시간이 한창인데도 대기 줄이 없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10분은 기다려야 자리가 날 시간이거든요.”
5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은 이모(53)씨는 평소 즐겨 찾던 한 식당 앞 광경을 보고 놀랐다. 평일 점심시간이면 늘 줄을 서야 했던 국밥집과 국수집 등이 한산하게 비어 있어서다.
“왜 이리 손님이 없느냐”는 질문에 인근 상인들은 “요즘황금성갈갈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배포되면서 내수 진작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전통시장 등 노출형 상권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일대에는 폭염 피해를 우려해 아예 문주식거래계좌
을 열지 않은 점포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또 일부 상인들은 오전 장사를 마친 뒤 오후에는 서둘러 문을 닫는 곳들도 꽤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시장은 특성상 고령층 방문객이 많은 편. 하지만 이들은 폭염에 특히 취약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외출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시장을 찾는 발길도 눈에간접투자
띄게 줄었다. 특히 중복 이후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한낮 시간대에는 인파가 뚝 끊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영천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4)씨는 “요즘처럼 더운 날엔 손님도 없고, 음식도 쉽게 상해 가게 문을 일찍 닫는 점포들이 많아졌다”며 “소비쿠폰이 풀렸지만 시장까지 일부러 찾아올 만큼주식스타킹
여유있는 날씨가 아니다”고 말했다.
냉방·보관비용이 커진 것도 상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냉장설비를 풀가동해야 하는 데다, 손님이 줄면서 매출보다 전기요금 걱정이 더 앞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천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2)씨는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nstock
면서 전기료가 예년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며 “민생 소비쿠폰이 풀렸다지만 손님들이 늘었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전혀 체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5일 한산한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 내부. 이 곳은 돔 천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노출형 구조여서 폭염에 더 취약했다. [박순원 기자]
또다른 재래시장인 은평구 대조시장도 한산하긴 매한가지. 점심시간대였지만 주요 점포는 대부분 빈자리로 가득했다. 특히 이곳은 돔 천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노출형 구조라 폭염에 더 취약한 편이다.
대조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9)씨는 “민생쿠폰이 나와도 날씨가 이렇게 더우면 나부터도 장 보러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온이 좀 꺾인 저녁 시간대라 해도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분석한 전국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1주차(7월 21~27일) 서울 전통시장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 떨어졌다. 타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서울 전통시장에선 소비쿠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때아닌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냉방이 잘 갖춰진 실내 공간으로 시민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점포의 전체 방문객 수는 전년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0%, 14%씩 늘었다. 소비쿠폰이 풀리기 시작한 지난달 21일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생쿠폰이 골목시장 곳곳으로 퍼져야 정책 취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는데, 체감기온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선 기대했던 소비 진작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 실내 상권으로 소비 쏠림이 심해지고, 전통시장 등 노출형 상권은 상대적으로 민생쿠폰 수혜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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