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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10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섰다. 현 시점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집값 상승 기대와 가계부채 증가세만 자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하면서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우려에 디딤돌 추가대출 방점을 찍었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었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대책) 공무원임대아파트 등 거시건정성 정책 효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6조2천억원)은 집값이 들썩였던 지난해 8월(9조2천억원)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최근 몇 달 새 급증한 주택 거래 영향으로 7~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는 1년 전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경기 부양 상가중계수수료 압박과 실기론을 무릅쓰고 금리를 동결하며 10월까지 ‘숨고르기’를 한 바 있다.
다만, 부동산발 금융 불안이 이른 시일에 안정될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기자설명회에서 “작년보다 집값 오름폭이 가팔라 경계감이 더 심하다”면서 “(정부 대책으로) 주택 거래량과 가계부채는 내려가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변동(하락)할 것이냐는 공급 할부회선조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도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대출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다.
거시 경제 여건은 다소 개선됐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올해 2분기 경제 심리가 다소 살아나면서 민간소비가 증가 전환하고 수출도 반도체 선수요 덕분에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 대학생학자금융자 ”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값(0.8%)을 0.1%포인트 더 높일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소득별 차등 지급하는 소비 쿠폰의 경우,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1이 소비에 사용되는 비율)은 0.5, 고소득층은 0.1로 각각 추산했다.
한은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다수인 4명은 향후 3개월 내 ‘현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장은 금융 안정 리스크로 숨고르기를 하지만 경기 대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 사이클에는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미국 관세 충격도 더 뚜렷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집값과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성장 및 금리 경로의 최대 불확실성은 ‘관세 협상’ 결과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는 관세대로 올라가고 부동산은 안 잡히면 금융안정과 성장 간 상충 관계(traide-off)가 굉장히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둔화는 가팔라지는데 가계부채도 안 잡히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내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8·10·11월 세 차례 남았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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