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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광장의 모습. 신주쿠역은 일본 최대 번화가 중 하나로 다양한 청년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모집인들이
[도쿄(일본)=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일본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Musashino) 미술대학에서 공부 중인 키무라 요시키(20·여) 씨는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취직할 마음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정규직 직장을 가질 수 있지만 얽메이는 게 싫다는 이유에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사진 작품을 게시하는 등 대 도투락 크루즈 중과 활발히 소통 중인 그는 졸업 이후에도 관련 예술 활동을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불안정을 추구한다고 지적받는 일본의 청년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비친다. ‘2024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만 일본 청년의 행복 순위는 조사 대상 140개국 중 73위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 연금저축 비과세 위의 성적표다. 한국은 52위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진다. 일본 언론에서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후반 출생)를 가리켜 ‘프레카리아트(Precariat) 세대’라며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는다. 일본의 Z세대들이 안정된 직업 없이 저임금·저숙련 노동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단 것이다. 일본 내에서 Z세대는 ‘무기력한 세대’ 채권마감 로 통한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일본 현지에서 만난 청년들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기성 세대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행복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일본의 Z세대들은 기성세대가 불안정하다고 보는 그 자체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복을 대하는 가치관 자체가 다른 세대, 일본의 Z 새마을보험 세대들은 전형적인 일본상(象)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신(新)세대다.
일본 청년협의회 사무실에 마련된 각국 청년들의 정치 활동 모습. 이 중 12·3 비상계엄 시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모습(위)이 게시돼 있다. 아래에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모습이 있다. 일본 청년들은 사회적인 변혁이 성공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 청년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매우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사진=송승현 기자)
“15개 중 골라 간다” 일자리 천국인데…日, 비정규직 선호↑
일본은 청년들에게 일자리 천국이다. 지난 4월 기준 일본 청년 실업률은 4.4%로, 같은 기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인 7.3%와 비교해 낮은 수치다. 사실상 일본 청년들은 ‘완전 고용’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안정된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발간한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에 근무하고 있는 만 25~34세 수는 73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14만명 증가한 수준이다.
일자리 천국이라는 이명이 무색하게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키무라 씨는 지난 7일 도쿄 신주쿠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살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싶지는 않다”며 “취업해도 급여가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한 만큼 더 번 뒤 예술과 생계를 동시에 하고 싶다. 직장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본 취업 시장은 ‘내정’이라는 특이한 과정이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사하기 전년도에 미리 입사를 결정하는 제도로, 근로 계약 체결로 간주된다. 일본에서 2년째 유학하며, 또래 일본 친구들과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임가율(22·여) 씨도 일본은 취업 걱정이 없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임씨는 “한국과 비교해 일본은 취업에 대한 열정이 없는데, 대학교 3학년 때 바짝 구직 활동을 하면 누구든지 내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한 명의 구직자가 대략 15개의 기업에서 골라가는 형태라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 내 사립대학에 재직 중인 야마기시 린세이(18·남) 씨도 취업에 대한 경쟁은 치열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마기시 씨는 “기성 세대들은 많은 인구로 인해 입시도, 취업경쟁도 치열했겠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일본은 보통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의 말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데 지금의 Z세대는 그 기대에 굳이 부응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 지점에서 기성세대들이 Z세대를 무기력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내 사무실에서 일본 청년협의회 무로하시 유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년협의회는 일본 청년의 정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곳으로 일본 최대 청년단체 중 하나다. (사진=송승현 기자)
잃어버린 30년, 사회에 실패 공포감 새겨…日 청년“이 정도면 만족”
일본 Z세대가 사회에서 열정을 잃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가 된 건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OECD에 따르면 1990년 이후 30년간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4.4%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대 초반의 급여 수준(실질 소득)을 100으로 본다면 10년이 지난 30대 초반의 1990년대 급여는 151이다. 반면 2020년엔 129.4로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급여 증가율이 30년 만에 14.1% 줄어든 것이다.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청년협의회(Japan Youth Council) 무로하시 유키 대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실패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고 사회 자체가 실패에 관대하지 않고 오히려 비난하는 편”이라며 “청년들 입장에서는 큰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행복감을 느끼는 게 오히려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카무라 마사히로(22·남) 씨는 “남들과 비교하며 튀려고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보니 불만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 현상에 순응하려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힘들더라도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그게 설령 작더라도 행복이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 내 교수들도 겉으로는 불안정해 보이는 Z세대는 그 나름대로 행복을 찾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치시마 토모노부 일본 한난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를 경험했는데, 이 기간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성공 모델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위험이 큰 성공보다는 확실하고 가까운 행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Z세대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건 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이고 감각적인 적응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저명한 가족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중앙대학 문학부 교수는 현 사회를 ‘행복하게 쇠퇴하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는 “일본 청년들이 현실 사회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교 졸업 시 장래 수입이 결정되는 일본식 노동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재언했다.
일본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소다테아게넷에서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강태규)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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