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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 ‘트라이얼로그(Trialogue)’, 160×130㎝, 캔버스에 아크릴, 2019.


요즘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익명적 인물 아이콘이 많이 등장한다. 검고 굵은 기하학적 선묘의 둥근 얼굴들로 가독성 높은 일러스트 기능을 한다. 이는 모르긴 해도 화가 권기수가 창안한 회화적 캐릭터에서 파생된 것 아닐까 생각된다. ‘동구리’라는 군상이 그의 화면을 점거한 지가 스무 해도 넘었다.
처음 작가의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반응은 엇갈렸다. 미의식의 결을 달리하는 젊은 세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대에게는 ‘기발한 조합’ 혹은 ‘해방의 심벌’로 각광을 받았다. 물론 기성세대는 다소 낯설어했다. 강렬하고 화사한 색조와 완성도 높은 구성이면 족한, 닫힌 미의식과 감성의 세대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세대가 지나면서 그 동구리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전통 산수 속에 점 하나로 표현되었던 점경 인물들을 복원해냈다 할까. 작가 세대가 익숙하게 접했 릴게임황금성 던 만화 속 캐릭터 같은 것으로 재생된 것이다. 유유자적하던 묵객들은 떠났다. 이젠 천진난만한 동심의 꿈꾸기가 펼쳐지는 한마당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