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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 /김신영 기자


“정부는 수출 기업이 번 달러를 일부 시장에 매도해 고환율 압박을 완화하길 바라지만 현장의 기업들은 ‘팔 달러가 없다’고 호소합니다. 내년부터 막대한 대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달러를 팔 여건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부의 여러 조치에도 환율이 달러당 1400원선 아래로 내려올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1400원 환율’이 고착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와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對美) 투자 본격화 등 릴게임 내년에도 환율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다. 최근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하나은행 서정훈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 수준의 환율이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국 개인 투자자의 미국 투자와 내년부터 시작되는 연간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등이 환율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떠받칠 가능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 위원은 외환은행 시절인 2008년부터 딜링룸의 환율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은행권에서 경력이 가장 오래된 환율 전문가로 꼽힌다.
◇반복되는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배제 못 해
-올해 환율은 왜 이렇게 올랐나.
“여러 곳에서 진단한 대로 ‘서학 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 야마토무료게임 영향이 크긴 했다. 지난 8월에 연준이 다소 긴축적으로 바뀌었을 때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팔면서 환율이 내려갔었다. 꼭 이 변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 상황도 다소 안정되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도 나오면서 한국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그런데 10월 들어 주식 투자 자금이 해외로 사상 최대로 나갔고 11월에도 40억달러 알라딘릴게임 정도가 순유출됐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만 원화 기준으로 14조원 정도를 팔고 나가면서 환율이 더 올랐다.”
-한국인의 미국 투자 증가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연관돼 있나.
“그렇게 볼 수 있다. 이즈음 미국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고평가 논란이 일었는데 외국인들이 이 영향으로 한국에서 반도체 관련주를 집 사이다쿨 중적으로 팔았다. AI 고평가론이 나오자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그중 상당분을 한국 투자자들이 샀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주가 방어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한국인이 원화로 한국 주식을 살 때 환율에 끼치는 영향은 ‘제로’다.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AI 고평가 논란에 미국 테크주가 하락하니 이를 미국 주식 매수 기회라 여겼다. 달러가 올라가도 미국 주식이 싸기 때문에 혹시 달러 가치가 하락해도 주식 시세 차익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반복적으로 1400원 선을 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미래의 매도 시점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내려가면 실제로 손해 볼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
“내년에 한국 경기가 좋아지고 미국 관세도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상수지가 올해보다 좋아진다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한편에선 높은 환율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본다. 일각에선 내년에 오히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500원까지 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요인은 무엇이 있나.
“사실 지금 매우 중요한 변수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많은 사람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잘 타결되리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듯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금도 미국이 원하는 사안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본인들이 노리는 이득은 계속 취하려 하고 있다. 양국 간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기보다는 서로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서 ‘밀고 당기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불확실성은 외환 시장에서 위험 회피도를 높인다. 원화 환율이 더 올라가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균형점)’이 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최근 몇 달뿐 아니라 좀 더 긴 기간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에도 1400원대 환율이 약 4개월 정도 이어졌고, 지난해 말 이후에도 한국의 정치와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겹치며 5개월 정도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됐다. 이후 1350원대까지 환율이 내려갔다가 9월부터 다시 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반복해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를 뉴노멀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계량적 분석으로는 맞지 않나 싶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 환율이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달리 말해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는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보기엔 그렇다는 의미다.”
◇美 금리 인하, 환율 진정 요인 아닐 수도
-개인 투자자 때문에 환율이 올라간다면 외환 당국이 개입하기도 난감하지 않나.
“그렇다. 시장을 왜곡해서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세력이 한국 통화 시장에 접근하면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 외환 당국은 구두 개입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개입도 한다. 그런데 지금같이 ‘서학 개미’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개입해도 환율을 진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려고도 하고 기업들이 무역으로 번 달러를 매도하게 유도하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
-수출로 돈을 번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은 대부분이 대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조선·자동차 업종이다. 정부가 달러 매도 협의를 진행하는 회사도 대부분 이들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들은 ‘정부 말도 이해를 하지만 지금 팔 달러가 없다’고 한다.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대미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하는데, 대미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이 모두 이 업종이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도 하고, 미국에 공장도 지어야 하는 등 달러가 더 필요할 사안이 예고돼 있다. 달러를 팔 이유가 없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미국 투자는 대부분 정부가 보유한 외화 자산의 수익을 통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정부는 연간 최대 200억달러를 마련한 후 기업과 협의해서 미국에 투자해야 할 전망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정부가 200억달러를 마련하지 못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기업들이 일단은 자금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그런 일이 반드시 생긴다기보다는 기업으로선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환율이 더 오르기라도 하면, 기업 입장에서 달러를 지금 팔았다가 더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미 연준 의장이 내년 5월 교체될 전망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분위기인데, 트럼프의 뜻을 따르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가치가 내려가지 않을까.
“해싯이 의장이 되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 요인이고 위험 자산 선호로 원화 자산에 돈이 몰리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이렇게만 보기엔 훨씬 복잡하다. 일단 위험 자산엔 원화뿐 아니라 미국 주식도 들어간다.(주식은 채권·금 등과 달리 통상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더 사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환율이 내려갈 동력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대미 투자 확대라는 예고된 변수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9월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한미 관세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대미 투자로 인한 외환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정부는 연간 대미 투자액 200억달러를 외환 수익금으로 일단 채우고, 모자라면 외화 채권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4%인데 만약 해싯이 의장으로 와서 1%포인트, 혹은 보다 공격적으로 1.5%포인트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 일단 환율 하락 요인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미 투자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미 국채 등 한국의 외화 자산에 대한 이자 등 외화 자산의 수익률도 미 기준금리와 함께 내려가게 된다는 점이다. 즉 한국 외화 자산에 대한 수익금이 감소할 위험이 생긴다. 그렇다면 200억달러 충당을 위해 외화 채권 발행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다시 원화 환율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외화 채권 발행이 제때 되지 않으면 결국 정부는 시장에서 일단 달러를 사서 투자금을 보내야 할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원화 약세 심리를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면 어느 정도 환율 진정 요인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화 환율이 그 이유만으로 과거처럼 달러당 1200~1300원대까지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환율 상승, 진짜 문제는 ‘물가’
-오는 9~10일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단기적으로나마 환율 진정 효과는 있을까. 채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일단 지금 시장의 심리는 ‘내린다’에 쏠려 있다. 하지만 채권 전문가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지금 더 주시할 사안은 오히려 인하에 지나치게 쏠린 시장의 기대 심리다. 지금 미국의 지표를 보면 해고와 채용이 함께 줄면서 고용 시장이 식어가는 동시에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진 상황이다. 전자는 금리 인하, 후자는 인상 요인인데 둘이 완벽히 상충하고 있다. 시장의 심리가 이미 ‘내린다’로 굳어진 가운데 혹시라도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환율은 다시 크게 상승할 위험이 있다.”
-예전에 통하던 환율의 ‘상식’들이 많이 깨지는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느낀다. 환율을 예측할 때는 이론적으로 ‘평균 회귀 모형’을 쓴다. 쉽게 말해 어떤 추세적 평균이 있으면 환율이 높아졌다가 다시 평균으로 돌아오고, 떨어져도 다시 평균으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이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이 부진해지니 다시 환율이 내려가는 식으로 환율은 평균으로 회귀해 추세선을 따라 움직여왔다. 지금은 그런 패턴이 많이 약화됐다.”
-패턴이 깨진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가 등장해서 세계 무역 질서를 바꿔놓은 것이 하나의 충분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세계 무역 질서에 대한 개입이 전체적으로 경제와 금융 환경을 많이 변모시킨 듯하다. 또 큰 전쟁들이 잇달아 터지고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냉전 관계에 돌입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진 것도 원인일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된 후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패턴, 즉 ‘이론대로라면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를 변화시킨 글로벌 변수들이 많이 생겼다.”
-1400원 대 환율이 위기를 촉발하진 않을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대비를 잘한 측면도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이나 ‘CDS 프리미엄(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이 낮은 수준이어서 고환율의 위험이 다른 영역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물가다. 아직 물가가 크게 오르진 않았지만 환율이 더 상승하면 물가 상승률이 2% 중반을 넘어 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더 어려워진다. 환율이 올라가면서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 여력이 축소되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가격 등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요인이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막중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긴 이르고 일단 내년 중반까지는 환율의 ‘화살표’가 1400원을 위에서 상향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