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



최근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은 뭘까요? 다양한 답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아마도 요즘 같아선 ‘트럼프의 관세’를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거예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다른 나라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을 뒤흔들고 있으니까요. 사실상 각국 정부의 1순위 외교 목표는 ‘관세 협상’이고, 기업들의 목표는 ‘관세 영향 줄이기’예요.

그런데 거침없던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어요. 미국 법원이 ‘대통령 권한을저축방법
넘어선다’며 관세 부과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벌써 몇 달째 트럼프 대통령이 신나게 휘둘러온 관세 칼날이 모두 무효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물론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난 건 아니에요. 세계는 이제 백악관과 미국 법원의 다툼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트럼프의 관세가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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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가요. 트럼프는 취임 직후 미국이 마약으로부터 위협받는 동시에 막대한 무역적자도 기록하고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맞았다고 주장했어요. 미국이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수입을 너무 많이 해주고, 수출은 별로 못해서 경제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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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무기로 꺼내 들었어요.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대해 각종 경제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에요. 다른 나라들의 각종 거래와 수출입을 제한한다거나, 미국에 있는 다른 나라의 자산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묶어버릴 수도 있는 강력한 법이죠.가비아 주식
원래 이런 일들을 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IEEPA를 활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져요.
트럼프는 이 법을 활용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다양한 정책을 폈어요.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마약·이민 문제를 이유로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모든 교역국에 1020일이동평균선
%의 ‘기본 관세’와 국가별로 최고 40%에 달하는 ‘상호 관세’를 매겼어요. 이런 관세 정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무역을 하는 세계 각국을 떨게 만들었고요.


근데 그게 불법이라는 거야?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연방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불법이라고 판단했어요. 법원이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갑자기 개입한 건 아니에요. 미국 뉴욕주의 주류 수입업체 ‘VOS실렉션’ 등 5개 소매업체가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관세 정책을 펴서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관세 부과를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거죠.




지난 4월 5일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Hands Off!(손 떼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관세 부과 등 다소 과격하다고 평가받는 정책들을 펼치자, 미국 주식과 채권·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수입품 가격은 급등했는데요.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이 직접 소송을 해서 이번 판결을 끌어낸 거예요. 다른 연방법원에서도 유사한 소송들이 진행 중이라고 해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불법적 조치이므로 관세 정책 시행을 영구적으로 중단하라”고 명령했어요. 미국 헌법상 관세 결정 등 무역에 관한 규제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예요.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또한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무제한으로 부여하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의회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판단이에요.
법원은 IEEPA를 활용한 것 자체도 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IEEPA를 근거로 삼으려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한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이 있어야 해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마약 문제가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특히 관세 부과의 주요 근거였던 ‘무역적자’는 이미 오랫동안 겪어온 만성적 문제라고 봤어요.


백악관 vs 법원, 시작된 다툼
법원은 백악관이 10일 이내에 관세 부과를 중단하도록 명령했어요. 판결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기본 관세와 상호 관세는 즉각 폐지돼야 해요. 마약 유입 근절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각각 25%), 중국(20%)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도 없애야 하죠. IEEPA를 활용하지 않고 다른 법령을 근거로 부과한 품목별 관세(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는 유지되고요.

백악관은 관세 부과를 멈추지 않기 위해 법원을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 항소했고,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일단 ‘1심 판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을 받아들였어요.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셈이에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관세 부과를 멈추지 않을 수 있게 됐어요. 당장 항소법원에서 2심 재판을 거치게 되겠지만, 최종 판결은 다음 순서인 연방대법원까지 가서야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전례 없는 사태인 만큼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하기 힘들어요.
다만,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이 큰 타격을 입은 건 분명해 보여요.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다른 나라들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트럼프의 영향력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어요.


다툼에 불확실해진 무역 협상
이번 사태로 미국과 관세율 등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은 곤란한 입장에 처했어요. 나중에 법원 판결에 따라 합의 내용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잖아요. 주요국들은 당장은 최대한 협상을 미루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대요. 뭔가 법적인 내용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는 거죠.





특히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기본 관세와 상호 관세가 불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원할 카드가 남아있다는 점은 협상을 앞둔 나라들이 당면한 불확실성이에요. IEEPA를 활용할 때보다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긴 해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를 활용할 수 있거든요. 또 미국과의 교역에서 부당한 조처를 한 국가에 최고 50%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관세법 338조, 무역적자에 대응해 15% 이하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도 존재해요.

결국 세계 여러 나라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해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정말 많아진 셈이에요. 하루빨리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법적 문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죠. 예상치 못한 법정 공방으로 미궁에 빠진 트럼프의 관세,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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