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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의 한복판, 바쁘게 오가는 도심 속에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공간이 있다. 과거 예술과 문학, 음악의 중심지였던 '향촌동'은 오늘날 '향촌문화관'과 음악감상실 '녹향'을 통해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에게 그 기억을펀드매니져
들려주고 있다.
대구 맞춤 양복점으로 유명세를 타던 명통구리 신사복 전문점도 향촌문화관에서 재현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권예인 인턴
'향촌문화관'은 대구의 근대 문화를코스피
재현한 복합 전시 공간이다. 예술가와 문인들이 모여들던 향촌동의 옛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내부는, 6.25 전쟁을 전후하여 문화수도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던 대구의 당시를 그대로 느끼게 하고 있다. 글에서, 신문에서, 잡지에서, 구전으로 듣던 백조다방, 명통구리 양복점, 남선악기사 등이 재현되어 있어 방문객으로 하여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 대오리지날 양귀비
구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남선악기사는 대구시 중구 화전동 자유극장 바로 옆에 자리해있었다. 권예인 인턴
거리에는 옛 레코드 가게와 다방, 책방의 모형이 줄지어 주식시장공황
있고, 당시의 신문이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 세월의 결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옛 대구병원 앞 골목에서 예전 어린이들이 즐겨놀던 소타기 놀이를 하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권예인 인턴
특히 '동양생명 주식
문학의 향기' 전시실에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시인 이상화, 김윤성, 이육사 등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대구 도심인 향촌동은 일제강점기 근대화가 시작되 대구의 옛 번화가이다. 향촌동 골목은 무궁화백화점 동쪽 길에서 북성로로 이어지는 300m 정도의 거리로 조선시대 감영의 중영(中營)과 대구부(大邱府)가 있었던 곳에 위치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요 관공서를 비롯해 다방, 술집 등 유흥가와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대구의 번화가가 되었다.
향촌동 일대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주요 관공서를 비롯해 다방, 술집 등 유흥가와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대구의 번화가가 되었다. '카스바'도 그 중의 하나이다. 권예인 인턴
1950년대 초 한국 전쟁기에는 향촌동 다방과 주점 등에 피란 온 서울의 유명 문인과 예술가들이 예술혼을 불태우기도 했다.
향촌동은 영화관, 다방, 술집, 악기사, 레코드점 등이 자리잡고 있던 6.25 당시 문화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구의 심장부였다. 권예인 인턴
상록, 아담, 향수, 녹향, 르네상스, 백록 등 향촌동의 다방에서는 예술인들이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술가로 시인 구상, 화가 이중섭 등이 꼽힌다. 그들이 자주 들렀던 다방과 음악감상실은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해방 이후 대구의 첫 다방격인 북성로 백조다방은 1972년에 문을 닫았다. 그 백조다방이 향촌문화관에 재현되어 있다. 권예인 인턴
해방 직후 대구 첫 다방격인 백조(白鳥)다방은 북성로 1가 21번지에 1947년 1월 1일 개업했다. 일제 때 백조 다방 자리엔 찻집 '아오이(靑)'가 있었다. 아오이는 일제시대 대표적 스낵형 다방으로 각광을 받았다. 아오이는 해방 전후 1945년에서 1946년 사이 술집으로 잠시 운영되다가 '낭만의 백조시대 '로 이어진다. 가게 이름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의 백조에서 따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백조는 커피와 주스, 우유만 팔고 술은 팔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악애호가였던 이삼근이 피아니스트인 자녀를 위해 마련한 그랜드 피아노가 재현되어 있다. 해방 직후 피아노를 구경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던 시절, 백조 다방에는 피아노를 사랑하는 향토 음악인들의 고급사교장으로 연결되었다.
대구 향촌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안내문. 권예인 인턴.
백조다방에는 현재의 베이비붐세대 전후 중장년들이 다 배운 동요 「봄나들이」(가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를 작곡한 소천 권태호, 대구 계산동에서 태어나 '또 한 송이 나의 모란', '노래의 날개', '바다', '금잔디', 등을 작곡한 대구 서양음악 1.5세대 작곡가 김진균(1925∼1986), 보리밭의 작곡가 윤용하 등의 애용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도시지리학 분야를 개척하여 한국지리학의 기초를 세운 고 홍경희 교수도 늘 그곳으로 출근해 논문을 정리하곤 했다.
6.25 전쟁과 함께 피란문단이 형성되면서 향촌동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숱한 문인묵객들의 정신적인 고향이었다. 1950년대, 1960년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인들이 드나들던 건물이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전란의 와중에 한잔 술에 목말라하며 표류하던 좁은 골목길도 여전하다고 향촌문화관은 안내하고 있다.
향촌동은 피란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전쟁의 후유증 속에 실향과 이산의 아픔을 나누고, 삶의 고뇌와 예술에 대한 꿈을 한 잔 술로 달래던 곳이다.
당시 향촌동이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공초 오상순, 김팔봉, 마혜송, 조지훈, 박두진, 구상, 최정희, 최태응 등의 문인과 작곡가 김동진, 화가 이중섭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피란살이를 한 곳이다.
해방 전후, 6.25 전후 수많은 예술인들이 대구 향촌동으로 모여들었다. 50~60여년 된 향촌동의 인문학적 향기를 품고 있는 대구 향촌문화관에는 여전히 문학과 예술 그리고 낭만과 풍류를 즐기려는 이들이 찾아들고 있다. 권예인 인턴
한때는 예술 창작의 중심지이자 도심지였지만 지금은 중장년층들의 친교장소로 변했다. 이번 전시에서 당시 수많은 예술인들이 향촌동 일대 다방에서 문학과 예술을 의논하며 낭만과 풍류를 즐겼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향촌문화관(1, 2층) 지하에는 우리나라 최초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이 자리잡고 있다. 녹향을 만들고 평생 지켜낸 고 이창수 선생의 3남 이정춘 씨가 운영을 맡고 있다. 권예인 인턴.
대구시 중구 향촌동 9-1에 위치한 향촌문화관(1, 2층) 지하에 우리나라 최초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이 있다. 녹향의 상징과도 같은 축음기가 보인다. 권예인 인턴.
외신기자가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들린다"고 타전한 음악감상실 르네상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차와 대화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백록다방, 특히 구상 시인이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연 꽃자리 다방 등 향촌동의 문화예술 지도가 전시된다.
향촌문화관 지하에 위치한 '녹향'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감상실로 2011년에 타계한 이창수 선생(1922~2011)의 고전음악을 사랑한 평생이 담겨 있는 곳이다.
처음 시작은 1946년에 수제화 골목에 있는 미투리제화(향촌동 41번지) 지하에서 오픈했다. 지금 현장에는 대구시 중구청에서 '예가'(藝家)터 녹향'이라는 동판을 걸어두었다. 일제시대 청년 이창수는 대구역 앞 일본인 음향기기상에서 일을 했다. 해방이 되고 일본인들이 자국으로 건너가면서 남겨진 레코드판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들으며 '예육회'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SP 레코드판 500장, 축음기 1대로 녹향을 시작했다. 녹향이란 이름에는 음악의 향기가 녹음처럼 우거지기를 바라는 이창수 선생의 뜻을 담고 있다. 녹향 문을 연 이창수 선생은 우리나라 첫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고,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도 쓰고 있는 스피커를 사기 위해서는 집한채 값을 들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첫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을 만든 이창수 선생.
녹향은 한국전쟁 전후 피난시절, 문화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 당시 대구시로 몰려든 예술가와 문인들의 보금자리였다. 예육회는 물론, 향음회, 애향회 등 수많은 음악 모임이 녹향에서 시작되었다.
녹향에 가면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었고, 차 한잔이 나왔다. SP판이 LP판으로 시대가 바뀌고, 80년대 이후 대학생들은 DJ가 있는 음악다방으로 몰려가고 현대판 음악감상실이 생겨나면서 녹향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여러 번의 이사를 다녔다.
그러나 녹향이 어떤 곳인가. 당시 작곡가 김동진, 시인 유치환·신동집·양명문, 화가 이중섭, 여류소설가 최정희 등 당대 최고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또한, 유명한 시인이었던 양명문이 쓴 시 「명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후 변훈이 곡을 붙여 가곡 「명태」가 만들어졌다.
향촌문화관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녹향에는 당시의 LP레코드와 음향기기, 피아노, 액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요즘도 음악감상실로 운영되고 있다.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신청곡을 적어내면 그곡을 들을 수 있다. 권예인 인턴
녹향에는 당시의 LP레코드와 음향기기, 피아노, 액자 등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현재도 음악감상실로 운영 중이다.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신청하여 들을 수 있다.
이렇듯 녹향은 클래식과 재즈, 대중가요가 울려 퍼지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향수의 공간이며, 젊은 세대애게는 새로운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따뜻한 나무내음의 실내, LP판이 돌아가는 턴테이블 소리,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음악은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향촌문화관과 녹향은 단순한 전시나 감상의 공간을 넘어, 대구가 품어온 문화와 예술의 깊이를 전하는 살아있는 아카이브다. 과거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한 이 공간들이 오늘날까지 주목받아온 이유는 아날로그의 정서를 느끼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각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 아닐까.
향촌문화관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녹향에는 당시의 LP레코드와 음향기기, 피아노, 액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요즘도 음악감상실로 운영되고 있다.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신청곡을 적어내면 그곡을 들을 수 있다. 권예인 인턴
녹향을 만들고, 평생을 바친 이창수 선생과 녹향의 상징 축음기 그리고 이창수 관련 기사가 녹향 벽면에 붙어 있다. 권예인 인턴
이곳에서 녹향을 만든 이창수 선생의 3남이자 현재 녹향 운영자인 이정춘 운영자를 만났다. 이정춘 운영자는 이창수 선생의 3남이다. 이정춘 운영자는 "아날로그 감성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 그게 바로 녹향"이라고 말한다. 이정춘 님은 "예전엔 저희 아버지(이창수 선생)가 개인적으로 음악감상실을 운영했어요. 고전음악 위주였는데, 어느 순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점점 손님이 사라졌죠. 경영도 힘들어지고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 향촌문화관이 조성되면서, 이 공간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지자체와 협력해 운영되고 있어요. 저도 아버지를 따라 12년 넘게 함께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이창수 선생이 타계하고 난 뒤, 유족들은 녹향 관련 자료들을 다 기증했다. 녹향을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는지 궁금했다. "의외로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대학생부터 20~3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죠. 아날로그 감성, LP판의 소리, 그리고 이 공간의 분위기에 이끌려 오는 것 같아요. 현대적인 공간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만의 '빈티지 정서'가 있거든요"라고 답하는 이정춘 운영자는 "녹향은 LP판이 돌아가는 그 특유의 감성이 있어요. 기계적인 음악 재생이 아니라, 아날로그만의 떨림이 있죠. 또 사용 중인 스피커는 70년 가까이 된 건데요, 그 음질이 요즘 기계보다 더 풍부하고 깊어요.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세요. 이 공간은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어요. 오래 머물다 가는 분도 많다"고 들려준다.
'녹향'만의 분위기에 대해서 "옛 것에 현대를 가미한 공간." 이게 녹향이라고 말하는 이정춘 운영자는 "오래된 LP판, 아날로그 스피커, 복고풍 인테리어는 과거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 오늘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요. 과거와 현재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공간"이라면서 과거 향촌동이 품었던 문화적 정서, 음악적 향기가 지금도 녹향에서 고스란히 흐른다. 익숙하지 않은 LP판 소리, 오래된 기계의 떨림,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음악은 여전히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녹향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느린 호흡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음악의 쉼터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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